[최상묵 월요칼럼]첨단의술은 날이 선 비수와도 같다

  • 등록 2004.05.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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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국민학교 다닐 때 만화에서 로켓이 우주로 날아 달나라로 여행을 가는 모습을 보면서 마냥 신기하고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는 허무맹랑한 만화같은 이야기로만 여겼던 사건이 그 후 불과 몇 십년 후 내가 대학을 졸업할 즈음에 그 사실은 만화가 아닌 현실로 내 눈앞에 전개되는 충격적인 사실로 나타났고, 이와 흡사한 사건은 내가 치과대학을 다니면서 (60년대) “사람의 치아도 마음대로 인공으로 만들어 치아대신으로 악골에 심어 사용할 수는 없을까”하고 공상같이 생각했던 일이 불과 얼마되지 않은 지금에 와서 로켓트의 현실과도 같이 지금 내 눈앞에 현실로 나타나고 말았다. 지금 열화같이 각광을 받고 있는 임프란트(Implant System) 치료술식의 개발이 바로 그 본보기가 될 것이다.


임프란트가 소개되기 시작할 초창기에는 필자도 솔직히 개인적인 소신으로 매우 완강한 거부 반응을 나타냈으며 그 실현성에 대해 매우 회의적인 평가를 서슴지 않고 공식적인 강의를 통해서도 피력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가 인공치아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은 숨길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임상증례나 실험결과가 속속 쏟아져 나오고 있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고 보면 인공치아의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그러나 필자의 개인 입장에서는 아직도 인공치아 시대를 쉽게 수긍할 수 없는 까닭은 아마도 대학시절에 꿈 같은 환상적인 이야기로 생각했던 일이 너무 빨리, 쉽게 현실로 눈앞에 닥쳐온 사실에 그 꿈이 너무 빨리 깨어지는 허전함 때문인지도 모른다.


물론 과학의 진보는 사람의 꿈이나 이상적인 세계를 추월할 수 있는 가장 구체적인 진리일 수밖에 없지만 꿈이나 이상의 세계가 너무 빨리 인간에 의해 깨어지거나 훼손 되어짐으로 느끼는 허전함은 황폐한 느낌마저 가져다 준다.


이제 우리는 치아가 하나도 없는 무치악(無齒顎)이 돼도 쇠붙이를 악골에 박아 넣으면 되고, 치주병으로 흡수된 치조골이 흡수돼도 인조골에 쑤셔 넣어서 보충하면 된다는 시대에 살게 된 것이다. 정말 편리하고 신바람(?)나는 시대의 의술을 만끽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과연 사람의 생체(Bio)에 그렇게 마구잡이로 인공물질을 집어넣어도 신(神)의 노여움이 없을까?


가장 훌륭한 의술은 가장 상식적이고 평범한 술식을 가장 정확하게 행하는 일이다. 우리는 새롭게 개발되고 새로운 이론으로 무장한 것들은 최첨단(最尖端)이라 하여, 분별없이 수용하고, 아무 때나 적용하고 분수없이 선호하려는 경향이 없지도 않다.


현대의학의 변화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학설, 새로운 기술이 소개되고 있다. 이 새로운 정보를 미쳐 소화할 수 있는 여유를 갖추기도 전에 보다 새로운 정보가 우리 앞에 다가와 숨통을 막는 긴장감을 주기도 한다. 특히 신소재에 대한 자체개발 능력이 부족한 우리 현실에서는 정보에 우둔하고 대부분 외부로부터 공급받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고 보면 그 선택의 객관성을 찾는 데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으면 안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최첨단 의학을 다룰 수 있는 우리 나름대로의 바탕과 자질을 키우는 일에 소홀 한다면 오히려 첨단이나 신소재가 위험스러운 장난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 로켓이 우주를 날아다니는 우주시대에 살고 있지만 우주를 비행할 수 있는 사람은 특수훈련을 받은 불과 몇 사람만의 몫이다. 인공치아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 중에 누가 인공치아시대를 자유롭게 신바람나게 구가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엄격한 우리자체의 수련과정과 정화작업이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인공치아를 조작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지려면 적어도 우선 자연치를 누구보다 아끼고 보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사람들만의 권리가 돼야 할 줄 믿는다. 인공치아를 벽에 못을 박듯이 마구 박을 수는 없는 일이다. 어떤 벽(사람)에다 박을 것인가를 선별해야 하고 설령 벽이 결정됐다 치더라도 어떤 종류의 옷을 걸 것인가도 생각해야 한다.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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