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보험관계는 단순히 보험자 및 가입자 상호간 보험금 보상관계만 존재한다. 그런데 현행 건강보험은 보험자, 가입자 및 요양기관의 3자를 구성요소로 하는 3각관계를 전제로 한다. 즉, 현행 건강보험은 현물급여원칙을 채택함에 따라 통상 보험관계에서 볼 수 있는 보험자와 가입자 상호간 보상관계가 변형되는 대신, 요양기관의 가입자에 대한 현물급여 및 보험자의 요양기관에 대한 비용보상의 법률관계가 발생한다.
개념상 건강보험의 급여방식으로는 현물급여의 원칙과 비용보상의 원칙이 있을 수 있다. 비용보상의 원칙은 전형적으로 민간보험 영역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비용보상의 원칙이 건강보험에 적용되면 보험자와 3자인 의료기관의 법률관계는 보험법적으로는 별다른 중요성을 갖지 못한다. 즉, 가입자에게 위험(보험사고)이 발생하면 가입자는 제3자인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은 후 직접 비용을 지불하고, 보험자는 계약에 의해 정해진 보험금을 가입자에게 보상하게 되므로 보험자와 요양기관간 보상관계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가입자는 보험자와의 관계에서 공법상의 청구권을 갖지만 의료기관과의 관계에서는 모두 전적으로 사법관계에 의하여 지배된다. 이로 인해 진료과정에 나타날 수 있는 과대 진료 등의 위험은 모두 가입자 본인이 부담하게 된다. 결국 제3자인 의료기관 입장에서 공법적 규율에서 자유롭게 되고, 반대로 가입자는 비용에 대한 인식과 판단을 스스로 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에 비해서 건강보험에서 현물급여 원칙을 채택할 경우, 보험급여는 보험자가 아니라 제3자인 요양기관에 의해 직접 제공된다. 현물급여 원칙을 채택하는 중요한 이유는 가입자가 요양기관에게 진료비용을 먼저 지불할 의무로부터 면제됨으로서 가입자로서는 진료 접근성이 향상될 수 있다는 점과 가입자가 진료비 보상의무를 보험자가 부담하게 됨에 따라 요양기관에 대한 통제업무를 가입자가 아닌 보험자가 부담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물급여의 원칙을 통해 위의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요양기관이 공법인 국민건강보험법의 체계에 포섭되어야 하며, 요양기관에서 제공하는 보험급여의료서비스 종류 및 내용에 대한 규제를 위한 법제화가 요청된다.
결국 보험급여의 보상관계 뿐만 아니라 구체적 진료행위도 국민건강보험법의 중요한 규율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현물급여원칙에 있어서 요양급여비용의 심사조정은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는 요양기관으로 당연지정된 의료기관 등은 가입자에게 요양급여를 제공하고, 보험자는 요양급여비용을 요양기관에 제공해 기본적으로는 현물급여 원칙에 입각하고 있다.
우리 건강보험은 비용의 일부를 가입자에게 부담시키고 있으며 광범위하게 보험급여가 이뤄지지 않는 비급여 영역이 잔존하고 있는 바, 현물급여 원칙은 제한적으로 구현되고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는 기본적으로 현물급여원칙에 입각하고 있기 때문에 요양기관 지정, 요양급여비용 결정, 보험자 측에 의한 요양급여비용 심사조정 과정이 보상관계의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현행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도는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판결을 받은 바 있으나 끊임없이 개정론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며, 요양급여비용 결정 절차는 그 내용의 일부만을 대상으로 계약제로 운영되고 있으나 계약 불성립시 보건복지부장관이 고시하도록 되어 있는 바, 계약제 도입 이후 모두 보건복지부장관이 고시로서 결정하고 있는 상황이고, 요양급여비용 심사조정과정은 요양기관과 보험자간 첨예한 이해관계가 대립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