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우리 치과에서는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우리 치과에서 구강검진을 받고 간 어린이의 보호자가 학교에서 실시한 구강검진결과 통보서를 받았는데 거기에는 치아우식증이 하나도 없다고 나왔다면서, 얼마전 우리 치과에서 실시한 구강검진에서 치아우식증이 있다고 한 것은 멀쩡한 치아를 치료받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며 다른 치과에 가서 검진을 받아보고 결과가 틀리게 나오면 고소를 하겠다고 언성을 높이고 가셨다. 그 보호자에게서 아직도 고소하겠다는 연락이 없는 것을 보면 다른 치과에 가서도 우리 치과에서와 비슷한 얘기를 들어서인 것으로 추측은 되지만 그날의 일은 아직도 씁쓸한 기억이다.
이와 똑같은 경우는 아니겠지만 다른 치과에서도 매년 5월경에 학교에서 실시한 학교구강검진 결과와 진료실에서 실시한 구강검진의 결과가 다른 경우 이를 보호자에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해를 잘 못하시는 보호자를 만나 곤혹스러웠던 경험이 한 두 번씩은 있을 것이다.
학교구강검진을 해 본 치과의사라면 다 아시겠지만 학생당 몇 초에 불과한 짧은 시간에 조명도 변변치 않은 환경과 구강내 이물질제거도 안된 상황에서 이뤄진 검진의 정확도가 어떠한지는 우리 스스로가 더 잘 알 것이다. 하지만 학교구강검진의 낮은 정확도에 관해 우리는 이해할 수 있지만 일반 국민들이 얼마나 이해를 해 줄 것인가는 다른 문제이다. 더군다나 그 결과를 수치화해서 통보받는 현 상황에서는 보호자의 이해부족만을 탓할 수 없을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학교구강검진 결과통보서의 양식을 바꾸어 보는 것이 어떨까 한다. 현재와 같은 수치화된 구강검진 결과통보서를 전체적인 구강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서술식으로 된 구강검진 결과통보서로 바꿔 것이다.
학교구강검진결과통보는 학생에게 치아우식증이 몇 개 있다는 것을 알려주려는 목적보다도 이를 통해 보호자와 학생이 구강건강상태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고, 구강건강관리를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데 그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수치화된 검진결과통보서보다는 자세한 검진이 필요한 경우에는 치과에서의 정밀검진을 알려주고, 빠른 치료가 필요한 경우나 가정에서의 보다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경우에는 이를 서술식으로 기재한 결과서를 통해 제공하는 것이 학교구강검진 본연의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초기치아우식증이 발견된 경우에는 “홍길동의 구강검진결과 전반적으로 양호하나 치료받아야 할 충치가 있는 상태입니다”로, 진행된 치아우식증이 발견된 경우에는 “홍길동의 구강검진결과 빨리 치료받아야 할 충치가 있는 상태입니다”식의 양식으로 알려주는 것이 하나의 방식일 것이다. 또한 검진결과 치아우식증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결과서에 충치가 없다고 단순하게 표현할 것이 아니라 “홍길동의 구강검진결과 충치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학교구강검진의 여건상 발견하지 못한 충치가 있을 가능성이 있으니 가까운 치과에서 검진을 받아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충치가 발생하기 전에 치아홈메우기나 불소코팅같은 예방을 하면 충치의 대부분 예방할 수 있습니다”라고 해 실제 진료실에서 발생될 수 있는 마찰을 최소화하고 치아우식증이 발생하기 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하는 구강보건교육도 실시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소중한 시간을 내서 학교에 구강검진을 나가는 치과의사나 진료실에서 검진을 하는 치과의사 대부분이 현재 방식처럼 수치화된 학교구강검진결과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 신뢰를 갖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로 인해 보호자들의 괜한 오해를 유발시켜 일반 국민들이 치과의사를 불신하게 하는 일은 없게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날이다.
정정
지난 6월 7일자 ‘월요시론’ 칼럼에 게재된 ‘올바른 경영과 마케팅’이라는 제목의 칼럼은 제작과정상의 실수로 집필자 이름과 필자 사진이 잘못 나갔습니다. 이 호의 칼럼을 쓰신분은 김민형 집필위원이 아니라 ‘이재화’ 집필위원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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