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의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자본주의적 경제원리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지금의 시대에서 ‘인간적인 의료관계’를 추구하고 논하는 사실자체가 무의미하고 낭만적인 생각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확실히 어느 시대보다 의술이 발달된 시대를 살고 있음에 틀림이 없다. 인간의 수명이 어느 때보다 길어졌고 유병율(有病率) 이나 사망률도 현저하게 줄어든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오늘날의 의료에 대해 만족하고 있는 듯한 느낌은 별로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러한 의료에 대한 불만은 기술적인 능력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비인간적인 의료행위에 대한 불만이 기술의 진보에 역행해 팽배해 가고 있음은 아이러닉한 현상이다. 이러한 원인은 물질만능의 물신화 문화와 관료화된 현대사회의 특징이 만든 산물이기도 하고 의학내적 원인으로는 인간을 소외시킨 오로지 질병중심의 현대의학 발전이 그 원인이 됐을 것이다.
전통 동양의학의 음양오행설에서는 전체성(全體性)인 관점에서 건강과 질병을 파악하려는 것에 비해 현대 서양의학에서는 국소병리학적 개념으로만 질병을 설명하려고 하는 데서 오히려 의료의 인간의 소외와 비인간화 과정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즉 인간자체보다 질병이 일차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을 뿐이다.
인체를 기계로 비유하는 교육과정을 거쳐 암기력만으로 단답식 국가고시에 합격해 면허증을 손에 넣고 특별한 사명감 없이 단지 안정된 직업을 택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의사의 직업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음이다.
의학의 소명은 질병의 치료 뿐만 아니라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인간(사람)의 본성과 인간관계에 대한 건강과 질병의 인간학에 대한 지식의 공급도 반드시 필요한 요건이 돼야 할 것이다. 인간의 소외현상이 점점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에는 더욱 더 ‘좋은 의사’에 대한 갈구가 높아질 것이다. 환자에게 질병의 실태를 설명하고 치료방침과 방법을 환자가 납득할 때까지 설명해 주어 환자 스스로가 치료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 주는 의사가 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의사들은 지나친 권위주의와 비밀주의에 젖어 있어 환자와의 의사소통을 거부하거나 모든 것을 의사 자기중심적인 생각으로 익숙해져 있다. 환자의 입장에 서서 의료를 행하는 의사야말로 좋은의사(良醫)라 할 수 있다. 가장 나쁜 의사의 전형은 영리만 추구하고, 의술의 숙련도가 떨어지며 약물이나 주사를 남용하는 의사가 될 것이다.
고대 유럽에서 전해오는 ‘의사의 세가지 얼굴’은 ‘진료를 하고 있을 때의 의사의 얼굴은 악마이다. 그리고 진료도 진료비 청구도 하지 않을 때의 얼굴은 학자의 얼굴이다.’ 요즈음 명의(名醫)는 되고 싶어하면서도 양의(良醫)되기를 거부하는 세태가 돼 가고 있음은 불행한 일이다 자기 전문분야에 철저하면서도 인간에 대한 포괄적인 지식과 이해가 깊고 환자를 전인적으로 파악하고 인간적인 배려를 아끼지 않는 의사야말로 훌륭한 의사상(像)일 것이다. 현명한 의사로 인해 현명한 환자가 될 수 있음이 분명하다. 자신의 질병을 의사나 병원에 일방적으로 맡겨 버리거나 맹종하는 환자의 자세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현명한 환자는 의사나 약물을 맹신하지 않는다. 의사가 행한 행위에 불안감이나 의문이 있을 때는 서슴없이 용기 있게 물어보는 태도를 가진 환자가 현명한 환자이다. 즉 환자 자신의 건강에 대해 주체적으로 참여해 의료에 대한 선택권을 스스로 가지려고 노력하는 환자가 돼야 한다.
의료인과 환자와의 관계에서 인간적인 만남이 이뤄지지 못하는 것이 모두 의료인의 책임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환자 자신들이 나(我)를 부정하고 인간이기를 스스로 포기해 버리는 경우에는 의료인에게 비인간적인 의료자세를 갖도록 유도해 결과적으로 양자 모두가 비인간화가 돼가는 것이다. 환자가 자율성을 포기하고 필요 이상으로 의료인에게 의존적일 때 더욱 비인간적인 관계가 생겨나기 쉽게 되며, 환자는 그저 하나의 사물로 인식되고 하나
Copyright @2013 치의신보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