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필자는 출퇴근시에 자주 지하철을 이용하곤 한다. 걷는 것만으로도 운동이 될 뿐만 아니라 고유가 시대에 교통비용 절약도 한 몫이거니와 갑자기 생기는 약속에 고민도 덜 하게 된다.
또 늦지 않게 갈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다. 그런데, 얼마전 지하철노조 파업이 있었다. 배차간격이 길어져 기약없이 지하철을 기다리는 일이 흔해졌고 승객폭증으로 인한 시민들의 불만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지하철 안전은 더욱 문제시 됐다. 가계부채와 물가의 불안정 등으로 국가경제가 위협받고 있는 이 때, 10년만의 폭염속에 시달리던 시민들에게 노조파업은 불쾌지수를 최고조로 끌어 올리는 원인이 됐다. 이에 대해 국무총리는 “고소득 노조처럼 불법쟁의하라고 재야시절 노동자들에게 노동교육을 했던 것은 아니다. 불법파업과 과도한 임금인상은 자제돼야 한다"라며 불법쟁의에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거기다가 노조의 연봉내역이 공개되면서 노조의 집행부는 국민과 네티즌들로부터 비판의 뭇매를 맞아야 했고 계속 파업을 끌어갈 추진력을 잃었다. 고액연봉을 받는 노조가 여론의 따가운 눈초리와 함께 실리와 명분마저 잃은 모양새다. 지하철을 포함한 연이은 파업으로 정작 보호받아야 할 사람들이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 노조의 파업은 연이어 하청업체의 피해를 유발하며 당장 경제에 발목을 잡는 형상을 연출하게 된다.
기업에 속한 경영자와 근로자는 분명 같은 배를 탄 공동운명체이다.
이들은 망망대해에서 세계를 향한 경제전쟁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궁리를 거듭해야 할 시기에 서로 머리띠를 두르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행동으로 비춰진다.
한국경제를 낙관적으로만 보지 않는 원인 중의 하나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세계의 선진국들은 자본주의 또는 시장경제가 매우 발달된 나라들로서 정치, 경제, 사회여건이 모두 예측가능하다는 전제가 바탕이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노사관계가 안정화돼 있지 않고 돌출변수가 많아 예측이 힘들다고 말한다. 경제학자들은 경제가 충실하려면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고용과 해고가 유연해야 한다는 것이다. 파업과 분규가 잦은 기업은 신규채용을 하지 않고 투자에 소극적이며 생산성을 감소시킨다. 무분규를 위한 경영진의 거듭남도 반드시 필요하다. 기업의 이익을 뒷거래가 아닌 땀흘려 힘쓴 노동자에게 돌리려는 노력과 투명경영은 노사간의 건전한 공생관계를 성립시켜준다.
성장이냐 분배냐, 혹은 시장에 온전히 맡겨야 되는냐, 정부의 개입을 허용해야 하느냐에 대한 답은 어려운 것일 것이다.
또한 정부와 정치인들이 부르짖는 “경제 살리기"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렇지만 분명한 사실은 장기불황의 어두운 터널안에 갇히지 않기 위해 각자가 해야 할 일들이 많다는 것이다. 안정된 노사관계처럼 대립이 아닌 조화속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