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개원한지 5개월째로 접어듭니다. 뭐 초짜 개원이 다 그렇겠죠. 더구나 요즘처럼 경기가 안 좋을 때는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몇 개월째 생활비도 못 가져다주고 있습니다. 선배들이 저보고 답답하다고 난리입니다. 학교에만 있다 개원가로 나왔더니 참 적응하기 힘든 면이 없지 않은데 빨리 그것을 버리라는 것이죠.
개원하면서 보니 진료에 있어서도 참 답답한 면이 많습니다. 대학에서는 환자들이 진료에 대한 교수의 설명을 거의 대부분 믿어주고 수용을 하지만 원장의 설명은 잘 안 믿을 때가 종종 있더군요.
제가 전공이 보존이다 보니 다른 병원에서 엔도하고 오는 환자의 상당수가 제 기준으로는 리엔도 케이스입니다. 또 전체적으로 진료시간도 오래 걸립니다. 아무래도 경영이라는 측면에서는 실패작에 가깝다고 봐야죠.
일부 개원가에서는 수입이 모든 것을 판단한다고 이야기들 하더군요.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수입이 없으면 어디 가서 말도 못 꺼낸다는 것이죠. 하지만 자기 자신의 만족감이라는 면에서는 수입이 전체가 될 수는 없습니다.
경제력이 그 사람의 행복이 아니듯 만족감의 가치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수가 있습니다. 손가락 빨면서 행복할 수는 없겠지만 나물에 밥 말아먹고 찬물 한 그릇 마시고 말더라도 행복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남과 비교를 시작할 때 이런 행복감이 많이 사라지더군요. 이른바 잘 나가는 분들 많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 아주 극소수라고 하더라도 양심적이지 못하다고 느껴지는 사람들도 있구요.
하지만 어떤 사회든 100% 깨끗한 사회는 본 적이 없습니다. 어떤 집단이든 극소수의 비양심적인 사람들은 조금씩 있더군요. 비교의 대상이 이런 분들이 될 때 불행해지게 됩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부를 축적하는 분들과 비교할 때는 나도 더 노력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쉽고 편하게 양심을 속이며 사는 사람들과 비교를 하면 나는 열심히 하는데 저런 사람들 때문에 내가 안 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자존심을 지킵시다. 일부에서 개원가의 성공기준이 부의 축척 정도라고 얘기하더라도 최소한 자기 마음속에 가치기준이 확고하다면 부러울 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양심을 속이지 못한다는 면에서는 그토록 성실한 사람들이 소수의 비양심적인 사람들을 보면서 자기를 비하하고 남을 욕하고, 다수의 양심적이면서도 어느 정도의 경제력이 있는 동료들까지 비양심적이라고 이야기한다면 그 사람은 그 직업군의 부적격자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자존심도 없고 만족감도 못 느낀다면 말입니다.
오늘도 힘든 하루가 시작됩니다. 엔도환자 3명에 서지칼 발치 2명에 그나마 인레이 프렙 하나 잡혀있더군요. 그래도 웃습니다. 그래도 환자가 있어서 치과의사로서의 존재가치를 느끼기 때문입니다.
남과 비교하고 남을 욕하고... 자신이 욕먹는 이유는 전혀 모르면서 일부 비양심적인 사람들이 자기처럼 양심적인 사람을 욕하는 비정상적인 사회라고 사회를 비난하고 경우에 따라 자기를 비하하고... 얼마나 소모적이고 자기 파괴적인 행동입니까?
만족감에 있어 남과 비교하고 비난하고 욕하지 맙시다. 자신을 속이면 혼자서 괴롭지만 남을 비난한다면 자기 자신을 포함한 여러 사람이 괴롭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대다수의 ‘우리’는 그래도 세상을 떳떳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