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시론/김각균]의사와 환자의 커뮤니케이션

2006.03.20 00:00:00

미국에서는 의사가 의료과오로 인해 소송을 당하는 일이 많은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의료분쟁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임은 분명한 것 같다. 의료분쟁이 일어났을 때 분명한 것은 환자가 치료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치료에 대한 불만이 의료분쟁 원인의 전부일까? 만일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앞으로 생각을 바꾸어 볼 것을 권한다.


최근 읽은 Malcolm Gladwell의 ‘Blink: The Power of Thinking Without Thinking’의 내용 중에 의료분쟁과 관련된 아주 흥미로운 부분이 있어서 소개한다.


우선, 의료과오에 대한 소송을 거는 사람들 중에 자기가 좋아하는 의사를 고발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하나마나 한 말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환자가 그 의사를 싫어하게 된 이유를 보면 이 말에 수긍이 갈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된 미국 소송전문 변호사들에 의하면, 소송을 거는 사람들은 한결 같이 의료과오 그 자체보다는 의사가 자기를 어떻게 취급했는지에 대해 분개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의사가 자기를 서둘러 치료하고, 무시하고, 소홀히 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의사들이 상당히 진행된 유방암을 놓친 까닭에 이를 모르고 있다가 너무 늦게, 전이가 일어난 후에야, 알게 된 한 환자는 자기를 진단했던 의사들 중에서 유독 내과의사만을 고발했다. 실제 책임은 방사선과 의사에게 있을 가능성이 더 높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불만은 그 내과의사가 자기에게 말을 걸어본 적이 없으며, 자기의 다른 증상에 대해 물어본 적이 없으며, 자기를 온전한 사람으로 대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 또한 이러한 의사들의 커뮤니케이션 행동방식이 의료분쟁과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는 두 편의 논문이 소개되어 있다.


그 한 논문(JAMA. 1997 Feb 19;277(7): 553-559)은 의사 124명의 녹음테이프 분석을 통해서 의사·환자 커뮤니케이션과 의료분쟁 사이에는 의미있는 관련성이 있음을 밝힌 것이다. 논문저자는 의료분쟁을 경험한 적이 없는 의사는 2회 이상 경험한 의사에 비하여 각 환자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환자 당 18.3분 대 15분), 환자에게 이번 방문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지 또는 다음 과정은 무엇인지와 같은 말(statements of orientation)을 더 많이 해주며, 환자로부터 좀더 말을 이끌어 내려고 하며, 더 잘 웃으며, 대화 중에 유머가 더 풍부했음을 보고하였다. 흥미롭게도 병의 상태나 약에 대한 정보와 같이 환자에게 전달되는 실질 정보의 내용에는 차이가 없었다.


좀 더 놀라운 것은 다음 논문(Surgery. 2002 Jul;132(1):5-9)의 내용이다. 저자는 외과의사와 환자들과의 대화를 녹음한 테이프에서, 외과의사 한명 당 두명의 환자와의 대화내용 중에서 첫 부분과 끝 부분 10초 분량만을 뽑아 (외과의사 한 명 당 총 40초), 대화내용을 듣거나, 목소리의 톤만 남게 처리한 것을 듣고, 목소리의 따뜻함(warmth), 적개심(hostility), 권위(dominance), 불안(anxiety)의 요소를 평가한 결과, 대화내용과 관계없이, 외과의사의 목소리 톤만으로도 의료분쟁 경험과 연관성이 있음을 밝힐 수 있었다는 것이다.


책의 저자는 의료분쟁이 매우 복잡하고 여러 측면을 가진 문제로 여겨지지만, 실상 존중(respect)이라는 하나의 문제점으로 귀결되며, 존중심이 전달되는(communicate 되는) 가장 단순한 길은 바로 목소리의 톤을 통하는 것임을 주장하고 있다.
여러분의 생각은?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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