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의 원장 이야기 치과역사(76)]경성치과의학교 선생과 잡기

2006.03.30 00:00:00


2.
급한 볼일이 생겨 밤 기차로 경성을 떠나 낮에 연락선을 탈 셈으로 부산에 도착했다.
해상이 거칠어 결항이다. 밤배는 회복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전 이와 같은 일이 있었을 때는 부산 교외 동래온천에서 하루 종일 낮잠을 잤다. 여기에는 1회 졸업생과 2회 졸업생이 4명 있을 것이다. 만나볼 겸해서 방문하기로 하고 짐은 잠깐 맡기고 가볍게 시간을 봐서 하야다 겐치(早田憲治)의 진료소로 갔다.


깜짝 놀란다. 이유를 이야기하니 마침 잘 됐다. 4명이 있으니까 빨리 연락해서 정오부터 부산을 안내하겠다. 오전 중 급한 환자만 끝내고. 나는 별실에서 휴식했다. 2회 졸업생의 송(宋)군, 조(趙)군이 찾아왔다. 1회 졸업생 여학생인 강흥숙(姜興淑)도 왔다. 2∼3년만이다. 모두 건강하다.
오후 부산을 구경했다. 동래온천으로 가자는 것을
“아니다”고 말렸기 때문에 “대신 조선요리라도.”
라고 요정에 갔다. 2∼3시간 이야기 하면서 먹었다.


“선생은 기생집에 간 적이 있습니까?”
“아니 한번도”
“그럼 안내 하겠습니다.”
일본에서는 기생들의 숙소에는 손님은 가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조선에서는 기생 숙소도 접대의 연장이고 친해지면 거기에서도 마시는 것이다.
기생 특유의 그 큰북을 발 사이에 끼우고 손으로 치면서 절절한 애조의 민요를 마음 찰때까지 끈기 있게 듣고 때가 지나는 것도 잊고 있었다.

 

 

3.
복도에서 돌연 요란한 비명이 울렸다. 일본생명빌딩 2층 부속의원의 때이다. 화장실 앞 나선계단이 있는 곳에서 학생인 와타나베 미치오(渡邊道夫)가 새파란 필사의 얼굴로 여자의 다리 한쪽을 붙잡고 있었다. 학생들 2∼3명이 달려들어 협력하여 다른 다리 한쪽으로 매달려 있는 여자를 겨우 끌어올렸다. 3층 화월식당의 여급이었다.


저 좁고 가파른 뒷면의 나선계단 티크재의 반들반들한 난간에 조금 취한 여급이 잠깐 부주의해서 한쪽다리가 걸려 순간 미끄럼대처럼 3층에서 낙하했다. 와타나베 미치오가 우연히 기대고 있었기 때문에 야구를 하던 감으로 한쪽 다리를 무의식으로 붙잡아 생명을 건진 것이다. 1초 차이로 이 여성이 계단 아래의 콘크리트에 떨어져 자칫하면 즉사할 뻔했다. 복도에서는 이 이야기로 다음 날도 다음 날도 소문이 자자했다.

출처: 한국근대치의학교육사(출판: 참윤퍼블리싱)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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