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시론/김호영 ]붕대감기

2006.05.01 00:00:00

고대 그리스 유적은 재미있는 것들이 많이 있다.
고대문명을 다룬 TV 다큐멘터리 같은 것을 보면 그리스인들의 일상생활이 우리 현대인들과 대단히 흡사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공중목욕탕, 사우나, 식당과 극장은 현재도 우리 주위에 있는 것들이다. 그 오랜 옛날에 그리스에는 여러 전문화된 직업이 등장했고 그들이 자영업자로 개업을 했다. 이 자영업자들 중에 의사들이 있는데, 2500년 전 그리스 의사들이 살아가는 방식이 우리 시대와 비교하면 대단히 흥미진진하다.
그리스 유적에서 재미있는 것이 극장, 공연장 같은 것이다.


반원형으로 만들어진 극장은 그 설계가 잘 돼서 스피커 같은 음향시설이 없이도 객석 끝까지 소리가 들리도록 되어 있다거나 하는 것은 흥미로운 상식이다.
그리스의 지방 소도시에도 이런 극장, 공연장 같은 시설이 있었던 모양이며 이 시설은 예술 공연만 하던 장소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다른 지방의 소식을 전하거나 다른 지방에서 만들어진 상품을 광고하는 곳이기도 했다. 마치 우리나라의 오래 전 시골에서는 TV가 있는 집의 마루에 동네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TV를 보던 모습이 연상된다.


매우 흥미로운 사실은 고대 그리스의 극장, 공연장이 그 지방에 개업을 하려는 의사(지금으로 말하자면 신규개원의)가 자신을 알리기 위해 광고를 하는 자리이기도 했던 것이다.
히포크라테스는 이런 극장에서 ‘현란한 붕대감기’를 대중들에게 공연하고 환자들을 현혹시키는 의사들을 비판했다고 한다. 환부 처치를 어떻게 했는가가 중요한 것이지 붕대를 재미있게 감는 것이 얼마나 하찮은 일인지는 현재 우리들이 봐도 공감할 수 있는 일이다.


심지어는 활을 쏘는 자세로 붕대를 감아 놓는다거나 하는 구경거리를 만들어 대중의 관심을 끄는 실력이 모자란 의사들이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 웃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의사들은 자신을 알리기 위해 연설 같은 것을 하기도 했던 모양인데 이 상황에서 경쟁상대가 될 기존 개원의들과 맞서는 상황이 비일비재했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이런 신규개원의사에게 딴죽을 거는 일반시민들도 있었다. 그리스인들은 토론하고 논쟁하는 것을 즐겼던 민족이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이겨내지 못하면 개업의로서 성공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당시 의사들에게 요구되는 것이 연설능력, 토론능력이었으며 붕대감기 공연을 비판했던 히포크라테스 역시 이 부분은 대단히 강조했다고 한다. 아마 의술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을까?


히포크라테스의 시대에서 2500년이 흐른 지금, 우리나라의 치과의사들이 마주한 현실이 어떠한가? 온갖 언론을 치장하고 있는 미백, 레이저, 임프란트 등에 관한 광고와 광고성 기사들은 현대에 부활한 ‘현란한 붕대감기 기술’이 아닐는지 모르겠다.
한편에선 우리 치과의사들이 환자들에 대해 설득력 있게 치료의 가치를 전달하고 있는지에 대해 성찰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떨어지는 설득력을 값비싼 인테리어, 가격대비 효용성이 의심되는 값비싼 첨단장비에 의존하거나 심지어는 환자의 눈높이(?)에 맞춘 입심을 가진 코디네이터란 직원에게 맡기는 풍조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이미 언론에 비치는 치과의사는 설득력을 많이 가진 존재가 아니다. 특히 TV 화면에서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가 되고 음성이 변조된 모습으로 나오는 것은 최악의 장면이다.
의사에게 필요한 소양 중에 연설능력과 토론능력을 강조했던 그 옛날 히포크라테스의 가르침이 다시 생각나는 요즘이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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