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시론]치과나 잘하지…양혜령 본지 집필위원

2006.08.21 00:00:00

1885년에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밝혀진 에베레스트산.
1차 에베레스트 등반 대원으로 선발돼 새로운 등산로를 발견했으며, 2차 등반 때는 8225m 지점에 이르렀고, 3차 등반 때는 에베레스트 정상을 향해 출발한 후 1924년 실종됐다는 맬로리라는 등산가가 했다는 말이 생각난다.
“도대체 왜 당신은 에베레스트에 꼭 오르려는 겁니까?”
 “산이 거기에 있기 때문에.”
지난 5월 31일,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있었다. 나는 광주광역시 시의원으로 출마를 했었다. 비록 낙선을 했지만 보람차고 행복했던 시간들을 보냈었다.


60일의 예비후보자기간과 13일의 후보자기간동안 만나는 사람마다 무척 궁금해 하는 질문은 “도대체 치과의사가 치과나 잘하지 왜 정치를 하려고 하느냐”였다.
나의 대답은 “치과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80세까지는 할 수 있을 것 같으나, 정치는 지금이 아니면 어려울 것 같고, 이제는 나도 정치에 관여 할 수 있는 나이가 됐다고 보며, ‘좋은 제도와 정책’으로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나왔다”였다.


“나와 나의 가정만을 위한다면야 이제 겨우 여러 가지 공부를 끝내고, 여러 면에서 적응이 된 치과를 하는 것이 훨씬 편할 것인데,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정치라는 길은 가기에 정말 주저스럽고 힘든 길이라고 말하면서, 그래도 갈 수 있을 때 가보는 것이 후회 없는 인생을 사는 길일 것 같다”는 정도로 이야기가 흐르면 점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그쯤 되면 시간에 쫓기는 나는 다음 주민들을 만나러 발길을 옮겼다.


한번은 밤 12시가 다 되어 초라한 여인숙을 지나가게 됐다. 주인에게 명함을 건네기 위해 한참을 망설였다. 밤늦은 시간이라 어떤 반응이 나올지 두려워하며 명함만 주고 나오려 하는데 “잠깐만 기다려보세요”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작은 방에서 할머니가 나오셨다. “내가 누구인지 아느냐?”고 묻기에, 생각이 나지 않아 머뭇거리고 있는데 “내가 바로 ○○이 할머니요”하는 것이다. “원장님이 우리 ○○이 치료해 줘서, 내가 여기저기 다니며 원장님 이야기를 하고 다닙니다”하는 것이다.


아! 순간 온몸이 떨려왔다. 새벽 5시부터 나가 밤 12시가 돼야 들어가는 후보자 기간동안, 반갑게 만나는 우리 병원을 거쳐 간 환자들…. 그 중 ○○이는 내가 광주광역시 여자치과의사회 회장으로 있을 적에 우리 회의 사업으로 진행 했었던, 소년소녀가장돕기 치료사업에서 우리 병원에 배정됐던 환자로, 너무나 착하고 얌전해 교정치료까지 해주고, 언니가 또 교정이 소원이라기에 언니도 교정치료를 해주었던 아이였다.
파김치가 돼 주저하며 마지막 명함을 내밀었던 그날 밤, 나는 할머니의 환대로 인해 너무나 행복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1986년부터 광주광역시 치과의사회에서 행했었던 불우노인 의치장착사업을 1987년 개원했던 나는 거의 20년 동안 해왔고, 그로 인해서도 지역민에게 좋은 이미지가 많이 심어졌던 것 같다.
“치과나 잘하지”에서 “치과의사니까 전문지식을 활용해 더 잘할 것 같다”로 선거기간 동안 인식이 바뀌어 가는 것을 체험해가며 여러 면에서 사회 참여가 필요함을 새삼 절실히 느꼈다.


그동안 병원과 집, 그리고 치과계 내에서만 살아왔던 내가 더 큰 사회로 들어가 보려 하는 것은, 산이 거기에 있기 때문에 꼭 오르고 싶어 했던 ‘맬로리’의 도전과 유사하다고 생각해 본다.
나의 도전이 치과계에 누가 되지 않고 나의 도전으로 인해 좀 더 좋은 세상이 오기를 간절히 꿈꾸며, 오늘도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뚜벅뚜벅 걸어간다.
그 동안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시고, 좋은 길로 이끌어 주신 치과계 선후배 및 동료 분들께 지면을 통해서나마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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