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시론/이승호]Communication

2006.09.11 00:00:00

지나치게 많은 경쟁자들, 그 틈바구니 사이를 비집고 조금이라도 더 발전을 해 보이겠다고 버둥거린다. 오직 생존을 위해 점점 더 치열하게 살아가야만 한다고 다짐을 하고, 옳거니 확신까지 하는 것이 요즈음의 우리네 일상이다. 낭만주의시대가 종막을 고한지 이미 오래됐으나 여전히 진한 향수를 느낀다면, 지지리도 어리석고 못난 탓이리라. 그러나 서로 멀리 떨어져 있으니 보고 싶고, 자주 소식을 들을 수 없으니 궁금했다. 도대체 모습을 볼 수 없으니 점점 더 미화를 계속하다가 결국, 이상적인 존재로까지 승화시키기에 이르렀다.


현실에서는 득과 실을 따지는 것이 대단히 실제적이고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러 의도적인 의사소통 단절의 시대를 살아가는 셈이다. 거부하는 몸짓으로 시작해서 마지못해 승인하고 주류에 편승함으로써 정서적 위안을 삼는다.


매스미디어의 범람과 정보의 홍수라는 새로운 환경은, 경우에 따라선 역설적으로 더욱 개인을 옥죄며 짓누르는데, 우리 모두가 그토록 원망했던 군사독재시절에서는 오히려 뚜렷한 방향감각으로 입장정리와 표정관리마저 쉬웠었다. 이제는 대적해 고민하고 맞서 싸워야 하는 대상들이 지나치게 다양해진 때문인지, 대개 이리 한꺼번에 쏠렸다가 이내 불안한 듯 저쪽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인간의 모든 감각기관에 끊임없는 자극이 계속되다 보면, 가끔 복합적인 상황아래 종합적이고도 효과적인 판단을 내리기가 어렵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소박한 정서가 끼어들기 전, 욕심과 이성적 계산만이 번들거리거나 오직 자기자랑을 늘어놓기 일쑤다. 애써 상대를 인정하는 척, 실상은 실속 채우기에 급급하다. 사람은 재주 있고 너무나 훌륭하지만 언제나 성격이 좀 급한 나머지, 그러나 바로 이 능력 넘치는 사람을 조심하기로 결정했다. 더욱이 멋진 비전을 제시하려고 항상 분주하며 남다른 수고를 하고 있지만, 가급적이면 조금 떨어져 앉아 잠시 머물고자 한다.


언젠가 고 강원룡 목사님생전에 TV 대담프로에서 한평생을 소위 삼무병에 걸리지 않도록 경계하며 살아왔노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었다. 무의미, 무관심, 무기력 세 가지를 일컫는 말씀인데 즉, 의미란 보람이며 “내가 이것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하는 생각을 바탕으로 관심을 가지게 되니 매사 의욕적으로 바쁘게 그리고 한평생을 대단히 정력적으로 지내왔지 않았겠는가라고 술회하고 계셨다.


수많은 양심적 청년들을 키워내셨고, 창공을 나는 독수리처럼 시대를 앞질러 간 개척자인 목사님은 대화를 통한 사회의식화 교육을 목표로, 독일의 아카데미 운동을 최초로 한국에 도입했다.
1963년 ‘크리스찬 아카데미"를 설립해 종교간 대화, 산업사회와 종교 등의 주제로 수많은 강의와 세미나, 심포지엄 등을 개최했다. 또한 ‘대화’ 등의 정기간행물을 발간해 1970년대 유신치하의 암담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주목할 만한 비판적 사회활동을 전개하기도 하셨다. 종교진리와 삶의 현실을 접촉시켜 소위 ‘현실생명’을 살려내고자 하는 선각자로서의 통찰력은, 대화단절과 적대관계로 갈등만이 점증하던 한국사회 격동의 40년간에 걸쳐 기적과도 같은 아름다운 결실을 맺게 했던 것이다. 종교, 정치와 경제, 노동운동과 여성, 예술문화 및 대중매체, 환경 등 다루지 않는 주제가 없었으며, 그 과정에서 오늘의 한국 사회를 이끌고 가는 수많은 지도자들이 대화를 통해서 시야를 넓히고, 차원 높은 생각과 이상을, 창의를 바탕으로 자발적으로 키워 나아가는 훈련을 받았었다고 전한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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