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시론]희망을 증거하는 치과의사들/황화섭 본지 집필위원

2006.12.11 00:00:00

이 곳 소백산 기슭 초겨울 칼바람이 제법 매섭다. 가을걷이로 풍성했던 대지는 맨살을 내보이며 황량하다. 65세이상 인구가 30%를 넘는 백발성성한 초고령사회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온갖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가운데 아직도 이 지역의 힘은 수십년간 흙에 기대어 살아오신 백발성성한 어르신들의 거북이등을 닮은 손등에서 나온다.
 흙냄새 나지 않는 치과의사인 나는 사실 어머니 젖가슴 닮은 그들의 품에 기대어 산다.
먼지 보얗게 쌓인 법령을 들이대며 방사선 사진 촬영이 전국에 광풍을 불러 일으켰을 때에도 감염문제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을 때에도 연말정산 간소화 문제로 심신이 극도로 피로해진 요즘에도 온갖 풍상을 겪으며 이겨낸 그들의 거친 손을 맞잡으며 살아내는데 필요한 에너지와 지혜를 얻는다.


 군청 앞을 지나가다 보니 농민들이 생산한 나락가마니가 수북이 쌓여있다. FTA 체결 결사반대!
정작 그들이 힘들어하는 것은 오뉴월 땡볕에 피땀을 흘리는 것보다 몰상식한 농민정책일 듯 싶다.
오뉴월엔 땅을 향해 팔을 걷어부치고 무서리 내린 들판에선 정부의 농업정책을 향해 팔을 걷어부치고 이래저래 농민들의 삶은 스산하다. 그래서 또한 그들의 삶은 사회적으로 건강해진다. 그네들의 삶을 옥죄는 것이 하늘일 때는 어쩔 수 없어도 사람일 때는 용서할 수 없다는 듯 저항하며 그러면서 그들은 건강해지며 힘을 키워나간다. 야생초처럼.


과거 한 때는 치과의사들이 치과의원이란 폐쇄된 공간에 들어앉아 진료 그 자체에만 집중하는 것이 미덕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서서히 치과환경이 달라지고 있다. 언론이 공격하고 시민단체가 나서고 정부의 의료정책이 목숨줄을 옥죄어 오고 있다. 우린 아니야 억울해하며 닥쳐온 현실을 부정하고 피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미리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땅을 치며 통곡할 때가 올 지도 모른다.
 세계 경제 석학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가 전 세계의 사회경제적 변화의 핵심 키워드가 되고 있다고 때론 비관적으로 때론 낙관적으로. 베이비 붐 세대에 기인한 고령화 인구의 급격한 증가는 결과적으로 엄청난 의료비 증가를 초래한다.


햇볕정책을 추구하지만 국방비예산(총 예산의 20%)은 줄일 줄 모르는 정부가 이러한 인구변화를 무시한 채 의료보험 예산을 늘일 생각은 않고 의료비용 지출을 줄이기 위해 마치 의료비 상승의 직접적 원인이 의료계에 있다는듯 모든 수단을 동원해 목을 조르고 있다.
 한편 일부 시민단체, 언론이 의사집단을 개혁의 대상으로 매도하며 사회민주적 가치를 지향한다는 정치세력에 편승해 비이성적으로 뭇매질을 해대고 있다. 마치 수도승 수준의 도덕성을 요구해대고 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시민적·제도적 요구의 칼날이 오늘내일에 끝나지 않고 앞으로 지속적으로 더욱 더 강도높게 들이대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고령화의 진입 그에 따른 의료비지출의 폭발적증가는 이제 막 시작단계이고 그 핵심에 의료인단체가 있기 때문이다.
 지면이 짧아 이제 마무리하려고 한다. 위와 같은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 치과의사들 개개인이 진료와 진료를 둘러싼 시민적·제도적 변화에 그전보다 더욱 더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것 같다.
시대환경의 변화에 따라 개인에게 거기에 걸맞는 능력과 품성이 요구되듯 치협단체에도 새로운 리더십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치협회장(각 지부 포함)선출의 경우 직선제를 도입해야 한다.


각 기관지는 불꽃튀는 공론의 장이 돼야 하고 그리해 치과환경을 둘러싼 온갖 문제들을 해결하는 능력과 회원들에 대한 비전제시를 할 수 있는 수많은 인재들을 양성해 내는 마당이 돼야 할 것이다.
집행부의 문제해결 능력과 비전제시를 문제삼아 중도사퇴를 요구하기에는 우리 치과의사들 개개인이 너무 진료 그 자체에만 집중하고 있고 한편으로 현 제도하에서 집행부는 회원들로부터 너무 멀리에 있다.
군청 앞에 쌓인 나락가마니가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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