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욱 변호사 법률 이야기(118)]산부인과 관련 최신 판결에 관해

2007.01.04 00:00:00

최근 태아의 유전적 결함을 발견하지 못하고 충분한 검사를 권유하지 않아 ‘원하지 않는 아이"를 출산하게 했다면 의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서부지법 민사 제11부는 지난 12월 12일 A씨 부부가 “임신중절을 하지 못하고 근위축증을 지닌 아이를 출산하게 된 데 대해 배상하라"며 서울 모 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A씨 부부는 2003년 10월 융모막 검사를 통해 태아의 유전자 검사를 받고 유전자 결함 음성 판정을 받은 뒤, 출산을 결정했으나, 출산된 아이가 근위축증 환자라는 진단을 받자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의료진이 A씨 부부의 자녀 5명 가운데 중절된 1명을 제외한 나머지 4명이 유전자 결함으로 생기는 진행성 근위축증 환자였기 때문에 태아가 같은 병을 지니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정확도 97.5%의 검사를 신뢰하고, 재검사 또는 추가 검사를 권유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밝혔다. 즉, 재판부는 “의료진이 이들 부부의 가족력을 자세히 알고 있으면서도 설명을 충분히 해주지 않고 심층 검사를 권유하지 않은 것을 과실"이라고 본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A씨 부부가 적절하게 임신중절을 할 기회를 상실했다는 점에서 재산 및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지만, 검사의 정확도가 97.5%로 신뢰도가 높고 재검사나 추가검사 또한 오류 가능성이 있으며 추가 검사가 태아나 산모에게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손해배상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이 판결에 대해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유감을 표명하고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산부인과의사회는 “모든 산전 기형진단검사는 오류의 가능성이 있다"면서 “의료진이 적절한 진단 검사를 거쳐 검사 결과가 정상으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진단율의 다른 검사(양수검사, 제대혈 천자)를 추가로 하지 않았다고 해서 법적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의료진의 적절한 검사에서 결과가 정상으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오차 범위의 결과 오류까지 우려해 추가 검사를 하지 않은 책임을 져야 한다면 환자들에게 이상이 발견될 때까지 할 수 있는 모든 의학적 검사를 끝없이 반복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인바, 의학적으로 맞지 않고 경제적으로도 과잉 검사를 초래할 것이다"고 했다.


이 판결은 의료인의 검사상 주의의무와 관련해, 특수한 문제가 있는 산모와 태아(위 사실관계에서는 근위축증 가족력의 존재)와 관련해 어떠한 검사를 실시해야 하는가, 추가검사를 해야 하는가가 문제됐고, 법원은 97.5%의 정확도를 가진 검사에서 유전자 결함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을 경우 당해 검사 외에도 추가검사 혹은 재검사의 필요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결론이 주의의무 기준에 관한 매우 엄격한 판단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아직 항소심의 결론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나, 학계 내에서 검사와 관련한 정밀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지 않은 상태(물론 가이드라인이 제시될 수 있는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에서 법원의 사법적 결정이 나오는 과정에서 어떠한 식으로든 진료행태에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며, 의학의 자율성의 관점에서 선후관계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양승욱 법률사무소 02-591-8891, 8896>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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