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렬 교수의 법치의학 X 파일(28)]시체변화에 부검 초점

2007.04.16 00:00:00

법의학이나 법치의학에서 다루는 대상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사람과 관계되며 직간접적으로 사건과 관련된 인적, 물적 모든 것들이라고 할 수 있으나 그 가운데에서도 시체가 대표적이고 특징적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동물의 주검을 보통 사체라 부르고 사람의 주검을 시체로 높여 부르는 경향이 있으나 사체는 넓은 의미로 모든 주검에 사용되고 있다. 때로는 주검의 극히 일부 예컨대 머리카락이나, 발거된 치아 등은 인체로부터 유래된 분비물인 혈흔 등을 물체로 분류하듯이 물체로 보게 된다.


이러한 모든 대상들을 다룸에 있어 여하간 시체는 주검 자체에 앞서 죽음에 대한 정의 즉 정통적인 개체사를 주장하기도 하고 뇌사를 도입할 수도 있는 등 현상 자체에 대한 해석부터 사징(死徵)의 분석 등 모든 것이 진지한 연구대상이고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사후 경과시간이나 기간을 추정하는 근거가 될 수 있는 시체현상은 사인, 사망의 종류와 더불어 시체의 자체조건, 시체주변환경 등 수많은 다원적 요소들이 관여하므로 그 복잡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이다. 따라서 이 분야의 종사자들에게는 많은 종합적인 지식과 분석력이 있어야 하며 신중히 임하는 태도가 무엇보다 필요하고 진실을 밝혀보려는 굳은 의지와 탐구 정신을 요한다.


필자가 겸직으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소장으로 부임해 첫번째 사건이었던 1995년 불광동 치과의사 모녀 피살사건은 공교롭게도 피살자가 필자의 제자여서 마음이 산란함을 피할 수 없었고 범인을 밝히려는 의지도 컷으나 우리 부검의들이 피살 현장에 시체발견당시 임장 없이 수사관의 현장설명과 현장사진 몇장만 보고 연구소 부검실에서 부검한 상황이어서 사후경과시간의 추정은 원초적으로 문제를 안고 있었음을 부인 할 수 없었던 안타까운 사건이었고 결국은 미궁으로 빠져버리고 말았다. 현장보존과 임장의 필요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해주는 좋은 사례인 것이다.


시체현상은 체온하강, 시반, 시강 등 조기의 시체변화와 이어지는 시체건조, 부패와 이상시체현상이라 할 수 있는 시랍화, 미라화 등 후기의 시체변화와 더 나아가 백골화로 대별할 수 있다. 전문분야 및 취급 장기의 특성상 법치의학에서는 주로 후기의 시체변화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부검의 기회도 부패시체나 소사체, 심히 훼손된 시체 등에서 사인규명을 위한 부검보다는 개인식별을 위한 목적으로 주어지게 된다.


이때 부검의 대상이 되는 후기 변화 등의 시체의 상태는 의학도로서 인체의 구조를 학습하기 위한 정상해부, 계통해부에서 보는 약물에 고정처리된 cadaver나 질병의 연구를 목적으로 부검하는 일반 병리해부의 대상 시체와 달리 부패정도에 따른 다양한 모습을 보이며 한걸음 더 나아가 시식곤충이나 동물 등의 침습에 따른 손상으로 흉한 시체 모습을 보일 경우가 있다.


시체 현상을 묘사한 조형물들을 우리는 불교사원, 절에서 쉽게 접하게 된다. 사후세계에 대한 묘사에서 나한상을 보면 영락없는 부패시체의 외관을 읽을 수 있으며 소사체의 투사형 자세를 가진 나한상도 법의학적 지식을 갖고 있으면 종교적인 면을 떠나서도 예술적으로 격조 높은 감상을 가능하게 한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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