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경영 알아보기(24)김명기 서울치대 치과경영정보학교실 교수]치료비 갈등은 시장실패에 있다 /잘되는 병원 안되는 병원 (4)

2007.04.26 00:00:00


개업의라면 환자와 치료비를 두고 승강이를 벌인 경험이 간혹 있었을 것이다. 책의 저자는 치료비는 일관된 원칙을 갖고 환자의 심리상태를 잘 파악해서 결정하라고 가르친다. 싼 치료를 해준다고 해서 환자가 만족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한다. 현장의 경험에서 얻은 교훈이기에 옳은 가르침이라 생각한다. 나아가 치료비를 결정할 때 치과의사는 전문가로서 권위와 최상의 진료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당당하게 임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받을 가격을 받되, 동시에 환자로부터 신뢰를 얻어내야 한다는 말이다. 모두 지당한 말씀이다.


주지할 점은 의료서비스 가격에 관한 한 원천적 갈등구조를 안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선 일반 제품과는 달리 진료내역에 대해 고객과 치과의사 간에 ‘정보의 비대칭성과 불확실성"이 상존한다는 점이다. 환자는 진료 과정에 담겨진 과학과 기술의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진료의 질을 파악하기 어렵다. 치과의사도 그 과정을 이해할 수 있기는 하지만, 그 예후를 백 퍼센트 장담할 수는 없다. 진료 결과가 실패로 나타날 수도 있다. 이해할 수 없는 서비스 내용을 두고, 그 결과도 확실히 알 수 없는 데, 여기에 값을 매겨야 한다면 그 자체로 어려운 일이고, 환자 입장도 마찬가지다. 다른 한편 환자와 치료비 흥정이라는 국면에 접하면, 치과의사는 불편하고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이런 상황을 두고 시장기전이 작동하기 어렵기 때문에 경제학자들은 ‘시장실패"라고 일컫는다.
200여년 전 시장기전으로 ‘보이지 않는 손"을 찾아냈던 아담스미스는 시장에서 하지 못하는 일이 있다고 했다. 교육, 정부정책, 자선, 그리고 의료와 같은 분야는 별도로 사회적 자본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런 일들은 시장기전에 맡겨서는 안되고 도덕과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의료시스템은 민간자본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상거래는 자본주의 원리를 따라야 하므로 여전히 실패한 시장에서 치과의사들의 진료는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나온 절충점이 치과의사가 임의로 환자의 상황을 보면서 가격을 차등화하라는 것이다 (sliding-fee-schedule이라고 일컫는다). 치과의사에게 부여된 일종의 재량권이라 할 수 있다. 부유한 사람들에게는 좀 더 받고 가난해서 형편이 안되면 덜 받을 수 있다는 시스템이다. 여기서 가격의 주도권은 치과의사에게 있으며, 사회는 전문가로서 치과의사의 양심과 도덕적 가치를 존중하겠다는 합의가 그 바탕에 있었다.


요즘 우리가 사는 세상은 더 이상 의료가 사회적 자본이 아니고 산업화의 대상이며, 환자도 의료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으며, 자신의 건강정보를 자기가 다룰 수 있어야 한다는 다른 세상을 살고 있다. 스미스 선생이 지금 살아 계신다면, 요즘의 의료시장, 구체적으로 가격 결정에 대해 뭐라 말씀하실 지 궁금하다. 필자가 대신 말해 보라고 한다면, 스미스 선생의 말씀 중에서 키워드를 건질 수 있을 듯하다. ‘도덕과 신뢰"의 회복에 초점을 두고 싶다. 전문가로서 치과의사가 갖는 자긍심을 바탕으로 자신에 행하는 진료에 대한 도덕률을 엄격히 하고, 환자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한 실천적 지식으로 경영의 지혜를 강구하라고 권하고 싶다. 그 구체적인 방법이 뭐냐고 물으신다면, 간단히 답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다. 박상섭 원장의 책을 참조하라고 권하고 싶으며, 책에는 이런 물음에 대한 여러 종류의 답안을 제시하고 있다. 반복해서 요약하자면, 치료비는 일정한 원칙에 따라 받아야 할 만큼 받되 당당한 태도로 받으며, 그 대신 치과의사는 최상의 진료를 해주어야 하며, 환자가 원할 때는 치료 내용을 소상히 설명해 주라고 가르친다. 일관성 없이 할인해 주는 치료비는 화를 초래할 수 있기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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