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시론/김여갑]단체명

2007.06.04 00:00:00

김여갑 <본지 집필위원>


일전에 필자가 속해있는 학회의 종합학술대회에 미국의 저명한 교수를 초청한 일이 있었는데 이 교수는 한 대학에 소속돼있으면서 자신의 개인적인 단체를 가지고 있었다. 그 이름이 ‘World Craniofacial Foundation’이었다. 약자로는 ‘WCF’가 되겠는데 이 교수 강연의 좌장으로서 WCF가 하고 있는 사업 내용을 알고 싶어서 인터넷을 찾아보았더니 ‘World Cranial Foundation’이라는 것은 없었고, ‘WCF’라는 약자를 가진 단체들이 많이 있었는데 그 중에 재미있게도 ‘World Cheese Foundation’이라는 단체가 있었다.

 

 이 단체는 세계 128개국의 회원국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좌장을 보면서 실제로 이 교수가 운영하고 있는 단체의 사업 내용을 알고 싶어서 ‘World Cheese Foundation’의 이야기를 하면서 당신의 단체는 몇 개국에 회원국을 가지고 있느냐? 라고 물었더니 어색해하면서 자신의 단체는 그렇게 큰 것이 아니고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사적인 단체라고 했다. 이 교수를 격려하는 차원에서 방문하는 나라도 많이 있을 것 같은데 각 나라를 방문할 때 그것을 계기로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회원국도 만들면서 같이 공부하면 어떻겠느냐고 권유한 적이 있었다. 사실 이 교수가 성격도 활달했고, 필자가 공부했던 달라스에 있는 텍사스대학교의 Southwestern Medical Center에서 일반외과 수련을 받았다고 하기 때문에 친근감도 있었고 해 할 수 있다면 같이 일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기 때문에 물었던 것이었는데, 명칭을 뻥튀기 하는 것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진가 보다하고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잘 알듯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몇 명이 모여서 시작하면서도 ‘한국’ ‘대한’ ‘국제’ 등의 단어를 아무런 규정 없이 사용하고 있다. 요즘은 ‘아시아’ 또는 ‘범태평양’ 등의 명칭이 생기기 시작했다. 국제적인 또는 세계적인 단체가 있는지 없는지도 확인이 안 되는 국가적인 명칭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차라리 우물 안 개구리처럼 우리나라 안에서 서로 일하는 것이라면 오히려 문제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지구는 하나라고 하면서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가운데 미국을 하루에 여러 차례 왔다 갔다 할 수는 없지만 사람이 다니는 것보다 더 멀기만 했던 편지를 하루에도 수십 번씩 주고받을 수 있는 지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칭은 하나인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또한 각 분야에 A, B, C 등 같은 목적의 단체가 많을 때 어느 것을 인정할 것인가 하는 것인데, 결론부터 말하면 국가나 국가를 대표하는 단체에서 인정 한 단체가 대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나중에 생긴 같은 목적의 단체가 더 활동성을 많이 한다면 대표단체를 바꿀 수 있는가? 답은 “아니다”이다. 질서의 문란을 초래할 수 있다. 현재의 사회가 권력과 허세가 판치는 아수라장의 세상이라고 하더라도 공부하는 사람은 달라야한다고 생각한다. 새롭게 단체를 만들고 내 이름을 내야만 일을 할 수 있고 직성이 풀리는 성격으로 다른 단체를 만들고 싶다면 나라를 대표하는 명칭은 쓰지 말아야한다. 이런 사람들은 순수하게 일만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다른 욕심을 가졌다고 생각된다.


모든 단체에는 정관이 있다. 즉 규칙이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단체의 규칙이든 어떤 규칙이든 간에 사람 사는 세상의 규칙은 상식을 기초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보통 사람이면 다 지킬 수 있는 범위를 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라의 법까지도. 그러기 때문에 규칙은 우리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것이기도 한 것이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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