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시론/김호영]의사의 수가 늘어나면...

2007.06.18 00:00:00


의료인의 수는 어느 정도가 적절한 것일까?
보통 인구대비 의사 숫자와 치과의사 숫자로 표현되기도 하는데, 통계수치로 보면 여전히 우리나라는 의사, 치과의사가 선진국에 비해 모자란다는 결과를 보여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80년대 의·치대 신설이 있었고, 90년대에 다시 의대신설이 있었는데 당시 의·치대의 신설을 뒷받침하는 논리 역시 선진국의 인구대비 의사 숫자였다.
그러나 가족계획 등 인구조절정책이 강력하게 시행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현 시점에서의 인구감소 추세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란 의견도 있는 현실이다. 어떻게 보면 현재의 인구감소 추세는 명백한 국가 정책의 실패일 수 있으며, 그에 따라 현재 의료인의 수 역시 재검토 돼야 할 대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정원감축의 문제를 세인들은 ‘기득권을 보호하려는 술책’ 정도로 매도하는 것이 일반국민들의 정서라고 볼 수 있다. 그 기득권 운운하는 주장 속에는 학부모 입장에서 자녀가 비교적 안정적인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생각이 있고, 둘째는 의사들이 많아지면 치료비가 싸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의사의 수가 적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


오히려 불필요한 곳에 너무 많은 의사들이 몰려 있는 것이 사실인 것이다. 즉, 우리나라 의료의 현실을 짚어보아 의사들이 적재적소에 있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세인들이 너무도 당연시 하는 것, 심지어는 우리 의료인들조차도 둔감하게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 과연 옳은가 하는 의문들을 다음과 같이 제기할 수 있다.
첫째, 당신이 심야에 응급 상황에서 전문의를 만날 수 있는가 라는 것이다. 당연히 아니라는 답변이 나온다. 응급실에서 절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한 인턴이나 운이 좀 좋으면 레지던트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좀 더 운이 좋으면 격무에 시달려 매우 피곤한 상태인 전문의를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


둘째, 두 세 시간 내에 응급수술을 요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가정해 보자, 과연 우리나라에서 적절한 순간에 수술을 받을 수 있을까? 당연히 아니라는 답변을 얻을 수 있다. 특히 도 대표 수준으로 존재한다는 흉부외과의 경우는 심각하다. 운이 좀 더 좋지 않아 도 대표 수준의 흉부외과의사가 다른 환자를 수술 중에 있다면 당신은 아주 억울한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이 나라에서 권력층에 있는 사람이라면 막강한 배경을 활용해서 편의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은 그렇지 못하다.


이런 문제점을 의사 부족으로 해석하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경우들이 많다.
의사가 늘어나면 응급실에 전문의들이 당직을 서고, 3교대 근무를 하는 응급수술 팀이나 흉부외과 팀이 전국 어디서나 1시간 이내의 거리에 존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대단히 어리석은 판단이다. 우리나라의 병원들은 그런 경영에 무리를 줄 짓을 결코 하지 않는다. 그들에겐 싸게 부려먹을 수 있는 전공의들이 필요할 뿐인 것이다.


시장논리로 본다면 어처구니없게도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가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는 결론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응급상황에 처한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들에 국한된 문제만이 아니다.
적절한 숫자가 유지된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안정된 생활이 보장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의료인에게 어느 정도의 안정된 생활을 보장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눈앞의 이익 때문에 양심을 져버리는 행위를 하는 것을 예방해야 하기 때문인 것이다. 의사의 숫자가 늘어나면 치료비도 내려갈 것이란 어리석은 기대는 버리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 내려가는 치료비만큼이나 믿지 못할 의료인들이 늘어나게 되는 것은 더 큰 사회적 손실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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