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시론]인재 귀국 막는 교육 현실/장주혜 본지 편집위원

2007.12.17 00:00:00

얼마 전 일간지에 실린 시론에서 공대 교수님께서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수한 인재들을 국내로 불러 모으기 어려운 현실을 토로하시는 것을 읽은 적이 있다. 물론 세계 유수의 대학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의 석학들에게 국내의 여건이 훨씬 못하기 쉬운 게 현실이다. 또 하늘을 솟을 듯 가파르게 올라가는 한국의 집값도 중요한 이유의 하나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을 무릅쓰고라도 ‘조국이 부른다면" 돌아올 자세가 돼 있는 이들조차도 막상 실행하기 어려운 이유는 자녀들의 교육 때문이라는 내용이었다.


우리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의 말을 빌자면, 한국 어린이들에 대한 교육 열풍은 유엔 인권위원회에 제소할 감이라고 한다. 세계 어느 나라를 돌아봐도 우리처럼 어린 아이 때부터 학업 성취에 대한 압력을 가하는 곳이 없다는 것은 공감할 만 한 부분이다. 오랜 유학생활을 거쳐 외국에서 취업을 하고 자리잡게 되기 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을 테고 그 사이 태어나고 자라난 자녀들이 한국이라는 낯선 토양에 적응하는 것은 단순한 일이 아닐 것이다. 여기에다 새롭게 살아가야 하는 땅이 어마어마한 스트레스의 무대라면 어느 부모인들 자녀들을 이끌고 귀국한다는 결정에 고민을 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치과계도 이런 현실에서 크게 동떨어져 있지 않다. 최근 들어 상당한 시간 동안 임상경험을 쌓았던 선생님들 중에서도 배움에 대한 열의를 가지고서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얻기 위해 해외 유학 길에 오르는 일이 늘어 가고 있다. 2∼3년씩 되는 프로그램을 거치는 동안 데리고 갔던 자녀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가게 되는데 한국과는 다른 분위기에서 구김살 없이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갈등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외국에 남아서 환자 진료를 하며 생활을 영위하게 되는 기회를 선택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은데 이를 위해 다시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고, 한국에서 했듯이 개원을 할 수 있을 때까지는 영주권을 얻는 시간이 또한 필요하게 된다. 한국의 개원 현실이 만족스럽지 못해 새로운 선택을 하게 된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가족들의 미래를 위해 내린 결정이라면 조금 다를 수 있겠다. 힘든 과정을 마치고 안정적인 지위를 얻게 된 후라도, 계속 낯선 의료환경에 적응해 가면서 외국인으로서 환자들을 진료해야 하는 어려움을 감수해 나가야 한다. 이게 아니면, 가족들을 타향에 남겨 둔 채로 혼자 돌아와 병원 일에 복귀하는 기러기 아빠, 엄마들이 될 수밖에 없다.


한 명의 치과의사가 만들어져 어엿하게 사회에 복무하기까지 드는 시간과 절차, 비용은 사실 환산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지대하리라고 본다. 어떤 명의라도 초심자였을 때 서툰 치료를 받아 주었던 환자들이 있었기에 훗날의 숙련을 지니게 되는 법이다. 미국에서 레지던트과정을 받고 나서 그 곳에서 일자리를 구하신 한 선배 선생님 말씀이 인상적이었다.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개원가에 나와 서툴게 환자를 돌보며 좌충우돌하는 시간을 거치다가 다시 힘든 공부를 마치고 이제는 어지간한 치과의사 노릇을 할 만치되니까 다른 나라에서 남 좋은(?) 일을 하게 됐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치과의사의 수가 늘어나서 수급의 균형을 우려하며 과도한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된 오늘날이지만, 경륜이 있는 노련한 인력은 어느 자리에서든 아쉬운 법이다. 우리 사회가 길러낸 자랑스러운 인재들이 다시 돌아오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이 무엇인가 절실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다시금 입시 철이 됐고 어린 학생들과 부모들이 노심 초사하는 시절이다. 아마도 우리 아이들의 교육 현실이 밝아진다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걱정 없는 얼굴로 가족 손을 잡고 공항으로 들어 오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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