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 119]내원하여 발치를 요구한 부갑상선 장애환자의 이야기

2008.01.03 00:00:00

부갑상선 장애가 있을 때
골조직체의 대사과정 이상으로
인한 치조골 파괴와 함께 치아의
동요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발치하는 것은 금물이다


42세 여자 환자가 내원했다. 상하악 전치아의 동요도가 심해 모든 치아를 발거하고 틀니를 해 줄 것을 요구해온 사례이다.
구강검진 결과 치조골 흡수 및 치아의 동요가 심해 핀셋으로 힘을 가하면 발치가 될 정도였다. 그 외 우식증이나 치석 침착 등은 거의 없었으며 안면부와 경부의 살갗에 잔주름이 많았고 나이에 비해 노화 현상을 볼 수 있었다.


필자는 발치를 일단 보류하고 전신적인 질환관계를 먼저 점검하기로 치료계획을 세웠다. 모든 증상들을 기록해 내과 전문의에게 의뢰했다. 내과에 의뢰한 이후 환자는 본 치과의원에 다시 오지 않았고 ‘타 치과의원으로 가서 치료를 받는가 보다’라고 생각하면서 필자는 그 환자를 잊고 있었다.
1년 후…, 환자는 다시 내원했다. 대기실에 앉아 있는 다른 환자들도 의식하지 않은 채 부인은 내 손을 덥석 잡고 펄쩍펄쩍 뛰는 것이 아닌가! “선생님 감사합니다. 훌륭한 내과의사를 소개해주셔서 감사하고요. 이를 몽땅 뽑아주시지 않아서 고맙습니다.”


사연인즉 내과전문의의 진단결과 부갑상선기능항진증(Hyperparathyroidism)으로 판명됐고 1년간 계속 약물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그 후 안면과 경부의 피부에 있던 주름살도 없어졌고 흔들리던 치아들도 깨끗이 고정이 돼 무슨 음식물이든지 잘 저작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생명의 은인’이란 과분한 표현으로 부인은 서슴없이 이야기를 했다. 부인은 부군의 직장을 따라 서울, 제주도 등 이사를 다니지만 십수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방학 때만 되면 자녀들을 데리고 광주까지 내려와 구강검진을 받고 간다.


부갑상선의 기능은 Ca, Phosphate 등 대사에 작용을 한다. 부갑상선 기능항진증에 이환되면 골질에 Ca 유실을 초래하며 연조직에 Ca가 축적되고 신결석이 형성될 수도 있다. 반면에 치조골의 주성분들이 혈액 내 및 연조직으로 빠져나가 치아의 동요가 심해지기 마련이다. 부갑상선 장애가 치료되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올 수가 있다.


부갑상선 호르몬의 생리를 살펴보면 (1) 혈청 내의 Ca치를 상승시키고 P을 감소시키며 (2) Ca의 식이성 섭취량이 불충분할 때에는 특히 턱뼈 등으로부터 Ca가 혈액으로 빠져나가며 (3) 뼈에서 변화가 발생하면 혈청의 alkaline phosphatase를 증가시키며 (4) Vitamin D를 활성화한다.
부갑상선 호르몬은 뼈와 콩팥이외의 다른 기관에도 영향을 미치며, 실제로 부갑상선 항진증 환자로 뚜렷한 신장 또는 골격의 증상이 없다 하더라도 중추신경계의 이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위에서와 같이 부갑상선 장애가 있을 때 골조직체의 대사과정 이상으로 인한 치조골 파괴와 함께 치아의 동요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발치하는 것은 금물이다.


이 환자가 내원해 요구한 대로 발치를 시도하고 의치를 장착해 줬더라면 ‘평생의 은인’이란 말은 거리가 멀었을 것이고 역으로 필자는 회한을 갖게 됐으리라. 전신적인 대사관계에 대한 지식과 함께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지 말아야하는 경우로서 참으로 다행스러운 케이스였다.
전악의 치아를 발치해야 할 경우에는 철저히 검진해 보고 특이한 증상이 나타나면 해당과 전문의에게 의뢰해 전신적인 질환과의 관계를 알아봐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의무중의 하나이다.
만약 의뢰해 보지 않고 시술했을 경우 술자는 주의의무 불이행으로 법적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박종수의장/박종수의장 저서 "의료사고의 안전벨트"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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