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시론]自由人/김여갑

2008.03.24 00:00:00

얼마 전 무릎팍도사라는 프로그램에서 추성훈 선수를 본 적이 있다. 한국이름 추성훈, 일본이름 아키야마 요시히로. 옛날 전국체전의 재일동포 유도 대표선수 이셨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유도를 배우게 됐고 재일동포 4세로서 한국인이기를 고집해 귀화하지 않아서 일본의 여러 유도대회에서 우승을 했으나, 정작 일본 국가대표선수를 뽑는 시합에는 출전도 못하게 하는 편파적인 대우를 받았던 그는 모국인 대한민국의 국가대표가 되고 싶어서 부산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필자도 유도에 관심이 있어서 그가 우리나라에서 시합하는 것을 본 일이 있다. 많은 노력을 했으나 역시 모국에서까지도 한판이 아니면 이길 수 없을 정도의 편파 판정으로 도저히 국가대표가 될 가망이 없다고 생각하고 일본으로 다시 돌아갔다고 한다. 이때 섭섭하지 않았느냐고 했더니 섭섭하기도 했지만 자신이 아직 상대방을 모두 다 한판으로 이길 정도의 실력이 못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승복했다고 한다. 그 자신은 이것도 운명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일본으로 돌아가 귀화한 후 너끈히 일본 국가대표선수가 돼 부산에서 개최됐던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한국선수를 만나 판정으로 이겨 금메달을 땄다고 한다. 그 때 복수했다고 생각했느냐고 했더니 그렇지는 않았고 한국이 자신을 붙잡지 않아서 아쉬워했으면 했다고 한다. 격투기 선수로 전향해 체격은 더욱 다부져졌고 얼굴에도 더욱 날카로움이 느껴졌지만 유도하는 사람으로 순수함과 여유가 베어 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귀화해서 국적은 일본이지만 자신에게는 한국인의 뜨거운 피가 흐르고 있다고 외치며 어깨에는 항상 태극기 마크를 붙이고 있는 추성훈 선수는 ‘自由人’이라는 말을 자기가 만들었다고 한다.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린 “나는 자유인이다”라는 뜻의 자유인이란 것일까? 아니다. 추성훈 선수은 이렇게 설명했다. 어떤 한 가지 일에 집중해 다른 의견은 받아들이지 않고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주위의 많은 의견을 받아들여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사람을 자유인이라고 정의했다. 아마도 일본과 한국 양쪽에서 차별대우를 받아야했던 추성훈 선수가 삶에서 터득한 말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우리는 드라마 속에서 한 집단의 사람들이 서로 헐뜯고 싸우는 낌새만 느껴져도 저 집단은 이제 곧 망하겠구나 하고 생각한다. 또 그렇게 되는 것을 본다. 바로 이것이 돌고 도는 역사에서 우리가 배운 것이다. 안타까운 일은 그 집단 속에서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 내가 바로 그 진흙땅 속에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알고 있더라도 결국은 내가 이길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설사 잠시 이길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결국은 공멸할 수밖에 없다. 살아있더라도 치명적인 상처를 안고 간신히 버텨갈 것이다.


자유인을 주장하고 자신을 통해서 한국과 일본이 더욱 가까워지기를 기대하는 추성훈 선수를 통해서 어려운 상항에서도 그것에 분노하지 않고 그것을 극복하기위해 노력하고 또한 목표를 이뤄내는 것을 보면서 가슴에 찡한 감동이 느껴졌으며, 그의 노래를 들으면서 놀라움도 있었고, 그의 익살을 보면서 함께 웃을 수도 있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일은 자신으로 인해 가족이나 주위 사람 모두가 함께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우리 치과계가 요즘 어렵다. 해법은 쉽지 않으나 어려울수록 언행을 자제하고 우리가 하고자하는 일들이 누구를 위해 하는 것인가를 깊이 생각하고 사회로부터 버림받는 치과계가 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국민에게 감동을 주고 함께 웃을 수 있는 치과계가 될 수 있도록 모두 힘써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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