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재근로자의 방사선 사진을 회사측에 보여준 의사에 대한 행정처분의 정당성

2008.05.22 00:00:00


의료법은 환자의 진료상 비밀을 제3자에게 누설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3자의 열람 요청에 응하기 앞서, 환자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리고 열람하게 해주어야 하는지를 물어야 할 것이며, 열람에 대한 동의는 반드시 서면으로 증빙을 남겨야 할 것이다. 최근 산업재해를 당한 근로자의 방사선 사진을 회사 측에 보여줬다는 이유만으로 의사에게 면허정지처분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사안에서는 의사가 방사선 사진을 회사측에 보여주게 되었는바, 회사측으로부터 진료의 적정성에 관한 항의를 받고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방사선 사진을 보여주었다고 한다(이러한 분쟁은 산재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양상이며, 동시에 쌍방폭행 등의 사안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사안이다). 손해배상책임 등 법적 책임을 부담하는 반대 당사자가 진단을 한 의사에게 문제제기를 하고, 환자 측으로부터는 왜 보여주었는지 항의를 받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외과의사 S모씨는 지난 2006년 1월 회사에서 작업 중 떨어진 쇠뭉치에 발등을 다친 A씨가 자신이 경영하는 병원을 찾아오자 방사선 사진촬영 등의 진료를 하고 수술이 필요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한달 후 다시 찍은 방사선 사진에서 골절상이 악화된 것이 확인되자 수술을 받고 회사에 산재보험 처리여부를 확인해 볼 것을 권유했다. 그러자 회사 사장이 병원을 찾아와 A씨에 대한 수술지연과 오진 가능성 등을 문제삼자 해명하는 과정에서 방사선 사진을 보여줬다. 이후 A씨는 자신의 동의없이 S씨가 회사 사장에게 사진을 보여줬다는 사실을 알고 관계기관에 진정했으며, S씨는 의료법위반으로 2개월의 면허정지처분을 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행정6부(재판장 조병현 부장판사)는 최근 외과의사 S씨가 “의사면허자격을 2개월동안 정지한 것은 부당하다”며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낸 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취소 청구소송 항소심(2007누25291)에서 1심과 같이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제재적 행정처분이 사회통념상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했거나 남용했는지 여부는 공익침해의 정도와 그 처분으로 인해 개인이 입게 될 불이익을 비교해 판단해야 한다”며 “원고(S씨)가 다친 A씨의 방사선 사진을 동의없이 제3자에게 보여줘 의료법을 위반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는 A씨의 부상과 그 수술에 대한 책임의 존부와 범위에 관해 이해관계를 갖는 자로부터 진료의 적정성에 대한 항의를 받고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방사선 사진을 보여줬던 것으로 그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밝혔다. 의료법 위반을 인정하고도 정상을 참작하는 경우는 흔하지 아니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재판부는 “방사선 사진이 발가락 골절부위에 관한 것이었고 그 상처가 회사의 작업 과정에서 발생한 외상이었다”며 “회사 관계자에게 이를 보여줬다고 해 인격권을 크게 훼손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해 보면 면허정지처분은 공익상 목적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중한 것으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구체적으로 회사측이 알게됨으로 인해 환자의 인격권을 크게 훼손했다고 보기 어렵고, 회사 작업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참작하고 있다. 그리하여 행정청의 위 처분이 재량을 일탈, 남용했다고 판시하고 있다.


의료법상 비밀누설금지의무와 관련해, 위 사안에서 보는 바와 같이 환자의 진료에 관한 내용을 아는데 정당한 이익이 있는 자에게도 비밀누설금지의무가 있다고 일률적으로 규율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 있다. 대상판결은 그러한 현실을 적절히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의료법 위반이 인정되고 있는바, 형사처벌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법적 위험이 상당하다는 점을 고려해 환자 외의 제3자에게 진료에 관한 사실을 알려주는 것은 (환자의 동의가 없는한) 회피해야 할 것이다.
<양승욱 법률사무소 02-591-8891, 8896>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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