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시론 始微終昌을 기원하며 / 박용덕

2008.06.16 00:00:00


새 정부가 시작된 지도 4개월여 된다. 대한치과의사협회도 새로운 임원진을 구성해 새출발을 하고 있다.


새로운 것이란 매번 내 마음을 설레이게 한다. 새신랑, 새신부, 새직장, 새입학 등 새로운 것은 늘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하며, 새로운 동력을 부여하고 자신감을 불어 넣어준다.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것이란 있을 수 없다. 항상 과거가 있고, 이를 바탕으로 역사가 발전해 왔기 때문에 새로운 구성원이 추가돼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보다 새롭게 재구성하며 발전시켰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제 횟수로 4년째 대학 교수생활을 한다. 아직도 배울게 더 많은 풋내기 교수다. 설익은 지식으로 의욕만 넘치는 그런 시기다. 한번은 지방 학회에 대학원생들과 함께 참여한 적이 있는데, 모임에 졸업하신 선배님이 그날따라 오셨다. 학회 일정을 마치고 저녁 늦게 술자리에서 함께 자리를 했는데, 후배들에게 신임교수 잘 모시라고 훈계하면서 하셨던 선배님 말씀가운데, 여전히 기억에 남는 한마디가 있었다. “출근길에 자빠질 수 있다. 대학원생 모두가 똘똘 뭉쳐서 교실 의국과 신임교수에게 매사 열심히 하라”고 던진 한마디가 어찌나 고맙고, 한편으로 재미있던 표현이었든지 여전히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 기분으로 벌써 4년째를 맞아 그동안 해왔던 일과 이루지 못한 일들을 구분해 정리해 보았다. 내 자신에게 늘 채찍이 돼왔던 새로운 출근길에 감사하며 말이다. 그런데 벌써 내 자신이 지쳐있는 모습을 이따금 발견하곤 한다. 결과를 중요시하는 사회풍토 때문일까? 치과대학 입학 전에 증권회사에 잠시 근무한 적이 있다. 몇 년간의 직장생활은 매일 목을 조르고 어울리지 않는 넥타이가 내 자신을 가두어 놓았고, 매일 동일한 일에 식상돼 스스로에게 발전이 없어 보이는 쳇바퀴 속에 사회 풋내기는 더 이상의 생활 동력이 상실되고 소모됐음을 깨달았다. 형식과 단기간의 결과를 중요시했던 시절을 지나 지금은 나름대로 긴 안목을 차근차근 이뤄 갈 수 있도록 출근길에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출근길이 빨라지면서 사색의 시간도 부족해지고, 무언가 오늘 하루의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생각에 접어들면서, 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하며 종종 쳇기가 발동된다. 나는 성질이 급해 무슨 일을 할 때 항상 몸 보다 마음이 백 미터 쯤 앞서간다. 일이 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기운이 쇠진해 버릴 때가 많다. 나의 식견은 너무 좁아서 거대한 산은 보지 못하고 언제나 집안 구석의 흙무더기에만 정신을 판다. 그러나 내게서 새로운 시작은 다시 있을 수 없으며, 이미 버스를 타고 출근했기 때문에 목적지까지 차분히 가야 한다.
논어의 子路편에 子曰 “無欲速하며 無見小利니 欲速則不達하고 見小利則大事不成이니라”라는 구절은 볼 수 있다. 일을 빨리 하려고 하지 말며 작은 이익을 돌아보지 말라. 빨리 하려 하면 달성하지 못하고 작은 이익을 돌아보면 큰일을 이루지 못한다.


대한민국 치과의사들을 향후 3년간 이끌어갈 집행부가 갖춰졌다. 부디 치과계에 휼륭하고 명석한 두뇌집단들이 모인 새로운 집행부에게 우리 치과계 뿐만 아니라 전 국민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始微終昌의 숲을 볼 수 있는 혜안을 부탁드린다. 새로운 집행부에 남겨진 묵직하고 중요한 치과계 미래를 결정할 많은 숙제들이 산적해 있다. 치과전문의제도, 구강보건전담부서 확대 신설, 민감보험이나 의료시장 개방문제 등….
우리 구성원 모두 새 집행부가 출근길에 자빠지지 않도록 협조하며, 목적지까지 이를 수 있도록 협조하며, 집행부는 無欲速하며 無見小利하길 빈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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