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행문]엘브르즈산 등정 실패(중)

2008.07.21 00:00:00

빙하지대를 지날 때 쾅! 하고 빠져

<1659호에 이어>
엘브르즈산은 화산폭발로 형성된 산인데 산장이 바로 덮여 있고 해발 2500미터부터는 화산폭발시 분출된 바위와 부서진 돌로 덮여 있었다. 배럴 산장에서 바라본 정상은 하얀 눈에 덮인 동봉과 서봉 두 개의 봉우리만 젖 무덤같이 보였다. 동봉보다 서봉이 약간 높았다. 도착한 후 방을 배정받아 점심식사 후 고소적응을 위해 한 시간 반 가량 소요되는 해발 4100미터 퓨리옷산장까지 올라갔다. 퓨리옷산장 주위에는 우리와 함께 올라온 러시아 군인들이 천막을 치고 있었다. 남쪽은 설사면이라 햇빛에 빙하가 녹아 신발이 젖을 정도로 빠졌다.


다음날은 9시에 출발해 pastuchov rock까지 고소적응 훈련을 했다. 12발 아이젠을 착용했으나 낮에 녹았던 빙하에 사람들이 다닌 길이 밤사이 얼어 울퉁불퉁해 걷기가 매우 힘들었다. 30분 정도 경사면을 오르고 완만한 넓은 빙하지대를 지날 때였다. 일행의 중간에 걷는데 갑자기 쾅 하고 몸이 빠졌다. 빙하가 틈이 벌어진 크레파스에 빠진 것이다. 등에 맨 배낭과 손에 든 스틱이 아니었다면 얼음 굴속으로 빠지는 순간이었다. 빠지는 충격에 크레파스를 덮고 있는 눈이 꺼지고 길게 벌어진 크레파스가 나타났는데 설상차가 등산객도 실어 나르고 또 길도 고르고 하면서 녹은 얼음이나 눈을 밀어 위를 덮어서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아이젠으로 얼음 벽을 찍고 아무리 나오려고 해도 다리에 힘이 빠지고 벌어진 구멍이 아래쪽이 넓어 발을 얼음 벽에 찍을 수가 없었다. 일행의 도움으로 무사히 나왔지만 그 와중에 스틱이 한 짝 부러지고 또 한 짝은 깊이 크레파스에 빠져버렸다. 빠져 나온 후에 안 일이지만 가느다란 나뭇가지로 안전선을 표시해 놓았는데 가이드가 알려주지 않아 약간 이탈한 것이었다.


전날 왔던 퓨리옷 산장위로는 경사가 심하고 눈이 녹아 미끄러웠다. 오르는 중에 가까이서 갑자기 대포소리가 요란했다. 어제 우리와 함께 올아와 야영하던 러시아 군대가 포사격 훈련 중이었다.
일행중 마지막 팀으로 해발 4300미터 pastuchov rock에 도착하니 기다렸다는 듯이 하산을 서두른다. 11시 30분이었다. 햇빛은 따가우나 엄폐물이 없고 바람이 차가워 앉아 있기가 힘들었다. 12시 30분경 산장으로 하산해 쉬었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에 뻗은 산맥 봉우리들의 경관이 장관이었다.


<다음호에 계속>

김정균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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