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시론 신순희]여름바다에서

2008.08.18 00:00:00

신순희<본지 집필위원>


여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우는 것이 아니라 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거운 것이다…
라고 시인 안도현은 노래했다.


올해는 유난히도 매미가 울어 그런가 정말 뜨거운 여름이다.

온 나라와 모든 기공소가 휴가를 떠나는 듯한 8월초에 아이와 함께 동해안을 다녀왔다. 마음 같아서는 에어컨 바람 아래 앉아 팥빙수를 먹으며 즐기고 싶은 여름휴가지만 아이의 7살 인생에도 유년의 추억이 필요하리라는 생각으로 길을 나섰다. 짐 꾸리기와 새벽 도시락 싸기, 졸음과 싸우며 버틴 장시간의 운전 끝에 도착한 동해는 그런데, 너무나(!) 아름다웠다.
구름 한 점 없이 눈부신 파아란 하늘과 현란한 쪽빛 파노라마로 출렁이는 바다는 그 자체로 일상의 노곤함과 남루함을 위로해주었고 튜브타고 잠겨본 바닷물 속은 폭염의 열기 속에서도 짜릿하리만치 시원했다.


아 그래 바다구나, 이래서 바다였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하지만 온 나라를 뒤덮은 극심한 불경기는 휴가지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예년의 절반으로 줄어든 피서객들을 상대로, 예년의 절반금액으로 장사를 하고 있다는 상인들의 깊은 한숨에서 내가 잠시 잊고 싶었던 일상이 문득 떠올랐다.


미국발 금융 불안, 국제유가와 식량등 원자재 가격의 인상, 이에 따른 물가인상과 금리인상 등으로 경제상황이 거의 ‘제2의 IMF’라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고 체감경기는 IMF때보다 더하다고도 한다.
실제로 계층 간 소득 격차가 국가통계 작성 이후 최대로 벌어졌다하니 일부 상위계층을 제외한 대다수 국민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듯하다. 당연한 결과로 치과의원을 포함한 소규모 자영업의 경영환경도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 과연 제2의 IMF는 "괴담"을 넘어 현실이 될 것인가. 내가 떠나온 일상은 어느새 여름바다까지 따라와 있었다.
파도는 끊임없이 밀려오고 또 밀려온다. 수천, 수만 년을 철썩인 파도와 그 파도에 부서져 고운 백사장이 된 모래는 오늘도 여전히 세월에 몸을 맡기고 여름을 즐긴다. 그 수만 년의 반복됨 앞에서 인간사의 파도는 겸손해지고 또 겸손해진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예선에서 실격을 당했던 박태환이 만약 그때 실망해 포기했다면 ‘72년 만의 아시아인 자유형 금메달리스트’의 영광은 그저 이루지 못한 꿈으로만 남았을 것이다.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때문에 2008년 대~한민국의 여름은 쿨하다. 97년 외환위기 때 우리는 박세리의 맨발 투혼과 박찬호의 삼진 쇼를 보며 종종 고단한 현실의 시름을 잊곤 했다. 그리고 2008년 지금, 우리에겐 다시 마린보이 박태환이 있다.
현재는 언제나 슬픈 것, 머지않아 기쁨의 날이 오리니 포기하지 않는다면 희망은 언제나 유효하다. 일상의 파도는 우리를 고운 모래로 만들어 줄테니 말이다.

 

관리자
Copyright @2013 치의신보 Corp. All rights reserved.





주소 서울시 성동구 광나루로 257(송정동) 대한치과의사협회 회관 3층 | 등록번호 : 서울,아52234 | 등록일자 : 2019.03.25 | 발행인 박태근 | 편집인 이석초 | 대표전화 02-2024-9200 FAX 02-468-4653 | 편집국 02-2024-9210 광고관리국 02-2024-9290 Copyright © 치의신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