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삶- 혜원스님]생각대로 하면 되고?

2008.10.23 00:00:00

혜원 스님
<조계종 한마음선원 주지>


TV에서 마음에 대해 다룬 방송을 본 적이 있는데 거기서 플라시보 효과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환자의 병과는 무관한 성분의 소화제나 비타민제를 특효약이라고 말해주고 환자의 병이 이걸로 인해 완쾌될 것이다는 믿음을 주자 환자는 심리적인 안정을 찾고 그것으로 인해 환자의 치료에 호전을 가져옵니다. 똑같은 원리로 노시보 효과라는 것도 있다고 합니다. 아무리 적절한 약을 섭취하고 적절한 처방을 할지라도 환자가 이것을 불신해 믿지 않으면 기대할 수 있는 효과를 얻어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뇌는 우리의 생각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길들여질 수 있는 기관입니다. 이것이 적절한 처방인데도 무언가 불신을 일으킬 만한 단서를 내가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성분과는 상관없이 적절하지 않은 약이 됩니다.


우리의 마음은 쉽게 착각에 빠질 뿐만 아니라 잘못된 사실도 그렇지 않게 합리화 시킬 수 있으며 그것을 기정 사실로 굳히기까지 합니다. 자기가 저지른 일은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수많은 이유들로 인해 얼마든지 용납이 되지만 남이 저지른 일에는 가차 없는 평가의 잣대를 휘두릅니다.
우리는 어떤 사실 하나에다 수십 가지의 생각을 연결시킵니다. 그 생각은 누가 일일이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전 자동으로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 생각을 다 따라가다보면 내 마음을 자유스럽게 쓰지 못하고 생각이 가져오는 괴로움과 두려움, 또는 잘못된 착각 속에서 살게 됩니다. 그러니 이 마음에서 나오는 무수한 생각들을 잘 다스려주어야 합니다. 그같은 의식의 단련은 정신없이 뻗쳐나가는 생각에 붙들려 나와 남을 다 고통스럽게 하는 어리석은 일을 막을 뿐 아니라 내 마음의 고삐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게도 합니다. 그것은 지혜로운 한 생각에 달려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내게 불이익을 가져다 주었을 경우, 앙갚음을 생각한다면 미움의 생각 또한 당연히 따르겠지만 ‘이 또한 내 인생의 배움으로 삼겠다. 나도 언젠가 사람을 저렇게 힘들게 한 적이 있지 않았겠나, 저 사람 또한 자기의 그런 마음을 알아차려 진실되게 살았으면 좋겠구나.’ 하고 한 생각을 깊은 심중에 돌려놓는다면 당연히 따라야 하는 그 악감정이 소멸이 되는 묘용을 맛볼 수 있습니다.
앙갚음은 계속 되는 갚음의 윤회를 낳게 합니다. 같은 코드를 가진 것들이 서로 알아보고 자석처럼 붙어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그러한 일이 내게 닥쳤을 때 그 감정을 이어가지 않고 지혜로운 한 생각으로 돌려놓음으로써 더 이상의 오고감이 녹아지게 됩니다. 우리 뇌의 능력은 그것을 가능하게 합니다.


내가 알지 못하는 내 깊은 속마음에는 어마어마한 능력이 잠재돼 있습니다. 그것을 계발시킬 수 있는 것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한 생각에 달려 있습니다. 나를 피폐한 영혼으로 치닫게 할 것인지 나와 남을 다 밝게 하며 살 것인지 하는 것도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그 한 생각에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을 하는 것도 오직 ‘나’일 뿐입니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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