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시론/김호영]댐 방류(放流)

2008.11.03 00:00:00


최근 모 방송 뉴스에서 치과의사들 대다수가 건강보험을 부당, 허위청구 한다는 왜곡보도가 있어 많은 치과의사들이 분노하고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모 국회의원이 보건복지가족부의 자료를 잘못 판단하고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한 것에서 시작됐다. 건강보험과 관련해 현지실사가 나오는 경우는 두 차례의 자율시정권고를 한 후에 이뤄지며, 여러 자료를 검토한 결과, 문제가 있다고 판단돼 시행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 자료를 표본조사인 것으로 착각한 의욕만 앞선 국회의원의 실수를 의료분야에 대해 잘 모르는 무식한 기자가 제대로 된 자료 분석 없이 그대로 기사화시켜 문제를 확대시켰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실수가 아니라 악의적인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지나친 억측일 것인가?
치과의사의 80%가 부당, 허위청구를 하고 있다? 부당, 허위청구는 사실상의 도둑질이나 진배없는데, 치과의사의 80%가 도둑질을 하고 있다는 결론이 나오는 이런 통계적 수치가 상식적으로 맞는 것인가는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기 전에 국회의원이 한 번만 더 생각했어야 하는 일이고, 정상적인 사고를 할 줄 아는 기자라면 뉴스가 나가기 전에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일이 아니었을까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진지한 검토는 애당초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치과의사들은 이번 일에 더 분개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치과의 현실에 대해 다시 되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보철같은 비보험 진료가 있잖습니까? 이렇게 악착같이 보험 청구해서 얼마나 남는다고…. 비보험진료 열심히 해서 돈 버시면 이렇게 서로 피곤한 일 없잖습니까?” 현지실사를 받은 어느 원장이 들었다는 이런 빈정거리는 소리는 그 사실 여부를 떠나 우리 치과의사들이 처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치아건강은 전적으로 본인의 철저한 관리가 많은 것을 좌우한다. 이것은 지극히 당연한 상식적인 이야기다. 그래서 많은 경우 치과에 오는 환자들 중에는 평소 자신의 관리 부실을 부끄러워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런 와중에 자신이 생각하기에 비싼 치료비를 요구받게 된다면 적지 않은 경우 자신의 평소 관리부실보다는 비싼 치료비에 대한 원망이 많은 것이 일반적인 사람의 심리라고 볼 수 있다. 전형적인 ‘남의 탓으로 돌리기’이다. 우리가 대하는 사람들은 선한 도덕군자들이 아니기 때문에 이것은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다.


이런 원망들이 쌓이다보면 조금의 배려도 없이 80%가 부당, 허위청구라는 보도를 하고 싶을 수도 있고, 실로 많은 사람들의 그렇게라도 자신이 생각하기에 비싼 치과 진료비에 대해 분풀이나 한풀이를 하고야 말겠다는 욕구에 부응할 수도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도 있겠다. 그런 왜곡보도가 무지한 국회의원 한 사람, 기자 한 사람 때문에 벌어진 일이겠는가? 그날 뉴스 내용을 사전에 본 보도본부장이나 멘트를 날릴 아나운서나 자막을 만든 사람들, 내용 편집을 한 사람들 모두가 무려 80%가 부당, 허위청구를 한 사실상의 도둑놈들이라는 기사에 조금의 의심도 없이 보도를 한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언젠가 치과의사가 군의관으로 근무를 하게 되면 상관인 사단장을 잘 만나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치과에 좋지 않은 추억이 있는 장군은 치과 군의관을 몹시 괴롭히는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였다. 치과 군의관의 입장에선 생면부지의 선배 치과의사 때문에 곤란을 겪어야 하는 일이니 참으로 원망스런 일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사태는 많은 사람들의 치과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들이 쌓이고 쌓여서 한 번씩 터지는 일의 연장선이라는, 그래서 앞으로도 이런 일은 댐의 물을 방류하듯이 주기적으로 생길 것이라는 엉뚱한 상상을 해 본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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