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삶- 혜원스님]내 일을 성취하려면

2008.11.13 00:00:00

어떤 스님이 출가하기 전 세속인으로 있을 때 이야기입니다. 그 스님은 마음에서는 출가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집안 형편이 여의치를 않아 여러 가지 조건들이 완화되기를 기다리느라 출가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형편이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식으로서 책임의 부분을 무시할 수도 없었으며 항상 공부하려는 마음으로 살고 있으니 출가가 미뤄진다고 해도 나는 출가자나 다름없는 마음으로 살고 있지 않느냐 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함께 공부하던 도반(불가에서 함께 공부하는 벗을 이르는 말)이 하는 말이 “ 너는 아무래도 대결단을 하기에는 모자라는 부분이 있으니 출가를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나랑 같이 절에 다니며 좌선이나 부지런히 하면서 살자.” 이러더랍니다. 그 말에 ‘내가 정말 그렇게밖에 하지 못할 쏘냐!’ 하는 큰 분심이 일어나 그 길로 일주일만에 출가를 해버렸다고 합니다. 물론 그렇게 걱정하던 집안의 사정도 그대로 원만하게 돌아가고 말입니다.


어떤 때가 도래했다는 것은 아무 준비도 없이 있다가 갑자기 눈앞에 닥치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마음에 품고서 염원해오던 일은 자기가 염원하던 그 정성이 푹 무르익어서 그 마음의 정성에 맞닿는 외부 조건까지 같이 맞아떨어졌을 때 드디어 도래하게 됩니다. 항상 마음 속으로는 불법을 공부하고자 하는 뜻을 지니며 살아왔기에 누군가가 바깥에서 툭 건드려준 그 말로 인해 대분심이 일어나 행동으로 옮겨지게 된 것처럼 말입니다. 그렇듯이 자기가 바라는 일이 있을 때, 마음 속에서는 그 일의 성취를 위해 항상 염원을 하면서도 몸은 거기에 맞게 부지런히 뛰어다녀야만 합니다. 즉 몸과 마음이 최선을 다해서 그 염원을 위해 나아갔을 때 비로소 결실이 맺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염원 또한 나의 사리사욕만을 위한 것이 돼서는 결실을 보기가 힘이 듭니다. 나의 염원이 성취되기를 진정 원하지만 그런 마음을 한번 내려놓은 채, 이 일과 인연 닿는 모두에게 좋은 일이 될 수 있도록 마음을 낸다면 오히려 나의 염원이 꼭 성취됐으면 하는 마음은 어느새 빛을 잃고 ‘아, 진정 모두에게 좋은 일이 됐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으로 귀결이 됩니다. 그렇게 마음을 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내가 나의 이익만을 위해 염원을 하고 싶으나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큰 내려놓음입니다. 게다가 그렇게 했을 때 오히려 내 일이 더 순조롭게 돌아간다는 것을 아는 것은 그렇게 해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기쁨입니다. 노력하지 않는데 내가 원하는 것이 올 리가 만무하며 내가 뿌려놓지 않은 씨앗이 싹이 틀 리도 없습니다. 오늘 내가 낸 좋은 마음은 공생(共生)의 마음이라는 파장으로 이 우주에 퍼져나가서 다시 그 사람에게로 좋은 보답이 돼 돌아오게 됩니다. 그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의 보이지 않는 법칙입니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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