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삶-혜원스님]빌어먹을 놈의 세상은 누구의 것일까

2008.11.20 00:00:00

사람들이 마음을 닦고 명상을 해서 요동치는 마음을 잘 다스려 나가려고 하는 것은, 현대에 이르러서는 심성 단련이 육체 단련만큼이나 중요한 일이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반드시 명상센터를 찾거나 수련을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순전히 언제까지나 나와 함께 숨쉬고 활동하는 내 마음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일에 대해서 그냥 있는 그대로만 보려고 하는 눈을 기르는 것입니다. 그러고는 긍적적인 방향으로 생각을 고쳐먹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내게 욕을 했다면 ‘저 사람이 내게 욕을 하는구나’ 하고 그 상황을 그대로 인정하되 거기다 ‘오냐, 나는 더 나쁜 말로 앙갚음해주리라.’ 하는 감정을 덧붙이지 않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그것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굉장히 어려운 요청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앙갚음의 마음이 같은 양상을 지닌 어두움의 인자를 또다시 불러들이는 일이라면, 내가 그렇게 믿든 믿지 않든 그것이 사실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지금 내가 참을 수 없어서 내는 또 한 번의 화가 그 돌고 도는 고리를 계속 이어나가게 하는 씨앗이 된다면, 그 화는 정말 낼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일까요? 다만 나의 어떤 부분이 저 사람을 자극시켰는지 한번 살펴보려는 마음을 내는 것은 어떨까요.


내 앞에 닥친 힘든 일이나 나쁜 일도 그렇습니다. 내가 과거의 어떤 때에 그와 같은 인자를 심어놓지 않았다면 지금 내 앞에 그 일이 펼쳐질 리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런 일에 대해서는 알 바 없고 다만 “이 빌어먹을 놈의 세상!”하며 자기 바깥의 세상을 한탄하고 원망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것은 철두철명한 우주의 법칙입니다. 자기가 뿌린 씨는 반드시 자기가 거두어야 한다는 것 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구, 이것이 내 팔자로구나 하고 망연자실하며 당하고만 살라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씨앗이든 그것이 싹이 트려면 햇빛도 있어야 하고 수분도 있어야 하고 흙도 있어야 합니다. 그 중의 어느 하나만 없어도 싹은 나올 수가 없습니다.


그 말은, 설혹 과거의 어떤 인연으로 인해 이런 저런 인자를 심어놓았다 하더라도 지금 나의 마음을 돌아보며 나의 이기심을 위해 남을 나쁘게 하려고 하지 않으며 나의 집착으로 인해 누구를 힘들게 하려고 하지 않으며 자기의 마음을 부지런히 살펴 내게 닥친 모든 일이 내 이기적인 욕망의 성취보다는 나와 남이 다 좋게 되는 일로 돌아가기를 마음 내면서 살아간다면, 안 좋은 결과로 언젠가 내 앞에 도래할 수밖에 없는 그 일도 약하게 지나가는 묘법이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더 좋은 일은, 정말 그렇게 마음을 쓰다보면 내게 그 일이 닥친다 하더라도 나는 그것을 나를 더 발전적으로 이끄는 재료로서 승화시킬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때는 길가의 꽃도 내 스승이 되고 내가 걸려서 자빠진 돌부리도 내 스승이 되어 나에게 법의 소리를 전해주게 됩니다. 내 마음이 비로소 한가로워지는 것입니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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