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삶-혜원스님]마음은 칼바람도 순풍으로 바꾼다

2008.11.27 00:00:00

어느 스님이 운영하는 명상 프로그램에 목사님 부인이 참석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목사님은 산간 벽지에서 개척 교회를 맡아 신앙의 힘으로 열심히 교회를 일구는 작업을 해나가고 있는데, 그 일을 함께 해나가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더랍니다. 예전에는 목사님의 정성어린 신앙심과 남을 위한 헌신의 마음이 존경스러워 결혼까지 이르게 됐지만 막상 결혼을 하고보니 목사님의 신앙심을 따라가지도 못하겠거니와 그걸로 인해 파생되는 자신의 마음이 더 힘들었답니다. 그러다보니 목사님이 직접 짓고 있는 교회까지 새참을 들고 가야 하는 그 먼 길이 가시밭길 같더랍니다. 그래서 도저히 이렇게는 살 수 없다는 생각에 이런 명상 프로그램이 자기의 마음을 다잡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해 참석했다고 합니다.


그 프로그램은 자기의 마음을 바로 볼 수 있게끔 이끌어주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크게 웃어본다든가, 그냥 울어본다든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본다든가 하는 속에서 그저 알아차릴 수 있게끔, 나는 내 체면 때문에 마음대로 크게 웃어보지도 않고 살아왔구나. 나는 이런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구나.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이것이 아니었구나. 나는 그렇지 않은 척하고 지금까지 살아왔구나 등등 이런 저런 나를 그냥 바라볼 수 있도록만 해주면 그 다음은 각자가 알아서 ‘그런 가식의 마음을 더 이상 유지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결론에 자연스럽게 다다르게 되고 좀더 자신의 진정성에 바탕을 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게 되는 것입니다.


목사님의 부인 또한 억지로 목사님과 맞추어가려고 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그런 자신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바라봐줌으로써 스스로에 대한 애정과 자긍심으로 그 프로그램을 마쳤다. 합니다. 후일에 들려오는 소식에, 그 길고도 힘들었던 새참 가지고 가던 가시밭길이 마치 하나님의 정원에 가득한 백합 사이를 걷는 것과 같더라고 했답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힘들고 먼 길이라는 상황은 조금도 변한 것이 없는데 어째서 가시밭길이 백합이 가득한 길로 바뀔 수 있을까요. 그 분의 마음이 달라졌기 때문에, 어려움을 어려움으로 그냥 두지 않는 자신에 대한 그 마음씀이 있었기 때문에 그 분은 자신의 신앙 생활도 더 이상의 낙담으로 얼룩지우지 않은 채 잘 다스려나가게 된 것입니다. 마음은 그다지도 중요한 것입니다. 자신의 마음을 바로 쳐다보고 나와 남에게 그 마음을 속이지 않으면서 이익을 위해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다면 하나님의 뜻이 그 진실된 마음에 응답하실 것은 너무도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제법 추운 칼바람이 몰아치는 것을 보니 본격적인 겨울로 들어서는가 봅니다. 사람들은 날씨만큼이나 추워진 불황과 경기침체의 칼바람에 어깨가 더 움츠러드는 것 같습니다. 내게 닥쳐온 차가운 바람이 차가움으로만 끝나지 않게, 긍정적으로 다시 한번 바라봐주려고 노력하는 내 마음 속에서 한줄기 따뜻함이 발견될 수 있을 것입니다. 세상 모든 것은 고정돼 있지 않으니 반드시 봄은 옵니다만 내 마음이 봄이 아니라면 봄이 온 줄도 모르게 되니 그게 안타까운 일일 뿐입니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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