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시론]도대체 우리 아이 충치는 몇 개?

2009.01.12 00:00:00

김  신 <본지 집필위원>


매년 봄 구강검진 철이 되면 치과의원에 아이들이 많이 내원한다. 각급 학교의 정기검진 결과를 가지고 그것을 확인하고 치료를 받으려는 아이들이다. 이 시기가 아니더라도 한 치과의원에서 치료할 충치가 몇 개 있다고 진단받은 아이들이 다른 치과의원을 찾아 이를 확인하려는 경우도 많다.
어린이가 학교에서 받아온 검진 카드에는 5개의 충치가 있다고 되어 있는데, 나는 아무리 찾아보아도 2개 밖에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일부 보호자들은 항의성 질문을 한다. 왜 치과 마다 충치에 대한 진단 결과가 다르냐고. 이런 질문은 치과질환에 관한 Q&A를 운영하는 게시판이면 어디에나 흔히 떠오른다. 


한 개체의 구강 내에 존재하는 우식병소를 판정하는 것은 매우 전문적이고 학술적인 이슈이다. 조사자 마다 조금씩 상이한 판정결과가 드문 일이 아니기 때문에 우식조사를 기획할 때에는 조사자 내, 그리고 조사자 간 판정기준을 일치시키기 위한 연습과정과 그를 위한 국제적인 판정기준이 제시되고 있다. 이것은 한 마디로 우식의 판정에 있어서 조사자의 주관적 판단을 배제할 수 없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우식의 판정은 또한 시대상황에 따라 조금씩 바뀔 수 있어, 전반적인 위생상태가 향상될수록 최소침습적 판단이 인정됨으로써 흑색의 착색구(black stained grooves), 평활면의 백색 반점이나 저석회화 지역 등은 우식의 범주에 포함시키지 않는 경향이 있다. 설사 분명한 우식으로 인정되더라도 이것이 즉각적인 치료적 개입의 대상인가 하는 부분에 들어가서는 술자마다 판단의 차이가 더 크게 벌어진다. 또한 우식의 판정은 조사가 이루어진 환경, 특히 확실한 조명과 방사선 사진, 보조 기구와 장비의 활용 여부에 따라서 그 결과는 더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우식의 판정은 조사자의 관점과 시대사회적 상황, 그리고 조사환경 등의 변수에 따라 판정결과가 일치하지 않음을 우리 모두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타 조사자의 판정 결과를 수용하는 우리의 자세이다. 특히 환자들이 듣는 앞에서 타 조사자의 판정기준과 결과를 부정하는 듯한 경솔한 언사에서 문제는 비롯된다. 다른 조사자 보다 많은 수의 우식을 찾아낸 조사자는 자신이 더 꼼꼼하고 세심한 것처럼 으시대며 타 조사자를 무성의한 사람으로 몰거나, 반대로 다른 조사자 보다 적은 수의 우식을 판정한 사람은 많은 수를 찾아낸 사람을 과잉진료를 일삼는 비윤리적인 사람으로 매도하는 식의 극단적인 생각은 정말 곤란하다. 치과의사들의 이같은 경솔한 언사는 위에서 말한 우식 판정 불일치의 개연성을 인식하지 못 하는 환자들로 하여금, 이런 불일치를 모두 무성의나 비윤리적으로 해석하도록 만들어 결과적으로는 치과계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우식 판정과 관련하여 우리 치과인 모두가 염두에 담을 것은 첫째, 우식 판정은 판정자의 관점, 상황, 환경적 변수에 따라 불일치할 수도 있음을 인정하고 타 판정자의 판정기준과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로는 조사자 간의 판정결과가 상이한 상황에 있어서도 그럴 수 있다는 개연성을 환자에게 설명하고, 어느 순간에도 타 판정자의 판정기준이나 결과에 대하여 환자가 듣는 가운데 폄훼하거나 부정하는 일은 자제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지난 달에는 5개의 충치가 있다고 이야기해 주었던 어린이에게 그 사실을 잊고 오늘은 4개가 있다고 진단할 가능성이 내게도 항상 있지 않은가?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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