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삶- 혜원 스님]누가 가져다주지 않는 기쁨

2009.02.05 00:00:00

사람들이 불행한 이유는 행복을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누가 그러더군요. 지금 처해있는 나의 상황보다 더 나아지기 위해 뭔가를 항상 갈구하는 마음과 그것을 위해 바쁘게 애쓰는 몸이 있다 보니 지금 내가 있는 이곳에서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발견하지도 못하고, 행복이란 것은 늘 미래의 청사진 속에 존재하게 됩니다.


세상에는 날카로운 논리와 굳은 신념으로 무장한 채 누구에게 내가 지랴 하며 저돌적으로 사는 사람들도 많고 이것 저것이 다 미진하다는 생각에 낙오된 인생인 양 무력감으로 사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양 갈래의 마음이 다 치우쳐진 마음이니 어떤 삶이든 고단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고단하더라도 돈만 많으면 된다거나 이렇게밖에 살 수 없지 않느냐고 자기의 인생을 깎아 내리는 사람들은 가치있게 사는 삶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그런 생각으로 살다보면 어떤 식으로든 남을 아프게 하기 마련입니다. 나의 고정관념에 매여서 그것이 너무 옳다는 생각에 움쩍도 못하고 살아온 것은 아닌지, 그렇게 살아온 지난 세월은 얼마나 잘 살았다고 할 수 있는지 한번 살펴봐주십시오. 그리고 그렇게 잘살지 못했다면 새해부터는 보다 더 유연하고도 부드러운 눈으로 자기의 인생을 한번 봐주시기도 부탁드립니다.


부처를 추구하고 도를 추구하는 많은 이들이 부처가 무엇입니까 도가 무엇입니까 하고 던지는 질문에 대선사들이 하신 말씀은 한결같습니다.  네가 곧 부처니라, 먹고 자고 똥 누는 일이 도이니라. 내가 사는 일상 속에서 행복을 발견하지 못하고 감사를 느낄 줄 모르며 나와 내 이웃을 사랑하지 않으면서 신에게 사랑을 구하는 그런 일은 자갈돌을 물에 던지면 가라앉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데 떠올라라 떠올라라 하고 바깥으로 기도하고 간구하는 것과도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더 나은 어떤 것을 위해 애쓰는 노력을 중단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그것대로 열심히 하되 행복을 미래에만 두지 말고 지금도 느껴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작은 일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 때 가능한 일입니다. 어떤 일의 성취 여부에 나의 모든 것을 건다면 그 일이 성취되었을 때 즈음에는 반드시 잃어버리는 것들이 생기게 됩니다. 그 일의 성취를 위해 무시하고 간과해버린 작지만 소중한 것들 말입니다. 그리고 알고 보면 큰 일도 큰 일이 아니고 작은 일도 작은 일이 아닌 도리가 있습니다.


부드러운 눈으로 나를 봐주었을 때, 그 일만 성사되면 더 바랄 것이 없겠구나 하고 갈구하던 생각이 어느 사이엔가 방향 전환을 하기도 합니다.  아, 꼭 그 일이 성취되지는 않더라도 그 일을 하는 과정 중에 나는 이런 이런 것을 배웠으니 또 다른 기회가 올 수 있을 것이다, 하는 폭 넓어진 자기를 만날 수도 있을 것이고 지금의 나는 부지런히 노력하고 있으니 참 자랑스럽구나 하며 미래를 위해 긍정적인 마음으로 뛰는 자신이 대견스러워 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반드시 그 일을 성취해야만이 인정받는 어떤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지만 자기가 자기를 인정해 주는 사람은 오히려 남도 함께 인정해주며 그러다보면 참다운 기쁨 속에서 살게 됩니다. 올 한해는 우리 모두 그런 기쁨 속에서 살면 좋겠습니다. 강건하십시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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