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혜원 스님(조계종 한마음선원 주지) 마음의 불을 밝히려는 촛불

2009.02.12 00:00:00


저희 절에서는 해마다 음력 초하루부터 초사흘까지 촛불재라는 행사를 봉행합니다. 이 기간 중에는 오전 11시의 예불의식에 이어서 돌아가신 조상님들을 기리는 합동천도재를 올립니다. 천도재라는 것은 돌아가신 분들께서 이 모든 것이 본래로 공(空)한 것인 줄 알아 그 마음의 차원이 높아져서 얽혀있는 모든 것들에서 벗어나 본래 부처인 자리에 귀의하시기를 발원하며 후손들이 올리는 제사의식입니다.


이 의식에 동참하는 모든 분들은 나름대로 준비해온 자기의 정성을 올리며 이 같은 마음을 지극하게 냄으로써, 조상이 후손이 되고 후손이 다시 조상이 되어 돌고 돌아가는 윤회의 바퀴 속에서 모두가 벗어날 수 있기를 진실된 마음으로 염(念)하게 됩니다.


낮에는 이렇게 돌아가신 분들을 위한 의식을 봉행하고 저녁에는 촛불을 켜들고 자성본래불(自性本來佛-자성이 본래 부처라는 뜻)을 염송하는 촛불재를 봉행합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의식 차원이 미망과 무명에서 벗어나 한층 더 밝고 지혜롭게, 나와 남이 함께하는 삶을 살아가기를 발원하는 것이지요. 촛불은 하나의 작은 물질에 지나지 않지만 이 작은 촛불 하나를 켜드는 그 마음은 너무나 큰 한마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나와 내 가족에서부터 시작하여, 이 사회, 나라, 지구로까지 퍼지는 자비의 에너지는 우리들의 마음이 달라지고 욕심과 악행으로 병들어가는 세계를 치유하며 우주가 밝아지기를 발원하는 큰 촛불이 되는 것이지요. ‘에이. 그렇다고 해서 이 세상에 달라지는 것이 무엇이 있나.
여전히 나는 괴로움 속에 처해 있고 사건 사고는 넘쳐나며 세상은 점점 나빠지고 있는데….’라고 생각하신다면 그것도 개인의 자유일 것이나 보이지 않는 이 마음이라는 것은 광대무변한 자리인지라 좋게 생각하면 좋게 돌아가주고 나쁘게 생각하면 나쁘게 돌아가주는 힘을 배출해 내는 거대한 에너지 저장소입니다.


바로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그 마음 속에 그런 무한량의 에너지 저장소가 있다는 말입니다. 이런 말 믿어지지도 않고 자기는 오직 자기 생각대로 살 뿐이라고 한다면 그것도 그렇게밖에는 살 수 없는 문제이겠지요. 하지만 이 모든 물질을 이루어낸 그 바탕은 마음이었습니다.
그 마음의 근본 자리는 선이나 악의 경계가 없는 자리였지만 우리들의 생각이 모든 것을 악으로, 또는 선으로 몰고 가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 마음을 어디에다 둬야겠습니까. ‘나는 보이는 것만 믿어.’라고 한다면 이 세계의 50%를 간과하고 사는 반쪽짜리 삶이 됩니다. 세상은 보이는 세계와 안 보이는 세계가 반반으로 이루어져 있으니까요. 게다가 그 마음의 맛은 자기가 직접 볼 수 밖에 없는 일이니 그야말로 말을 강가까지 끌고갈 수는 있지만 물을 먹는 것은 말 자신인 것입니다.


나와 더불어 남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하나하나 마음의 촛불을 켜들고, 또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통하여 자기를 성숙시키고 남도 함께 이롭게 하기 위해 이렇게 마음을 내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보다 풍요로운 삶을 원하신다면 물질에 대한 추구 이전에 먼저 한번 바라봐야할 자기 마음의 문제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 깊고 오묘한 마음의 세계가 우리의 삶을 참다운 인간의 삶으로 완성시킨다는 사실을 알고 마음 안으로 들어가 보려고 노력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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