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시론/김신]Cure에서 Care의 시대로 (2)

2009.03.16 00:00:00


<1719호에 이어>


우리 치과인은 인체에서 가장 단단한 경조직, 전문적으로 표현해서 그 합성을 위해 단위용적당 가장 높은 에너지와 가장 많은 물질을 투입해야 하는 치질을 우리 직업의 근저로 하고 있음에 무궁한 긍지를 가져야 마땅하다. 더구나 이 조직은 거의 다시는 재생되지 않는 비재생성 조직이 아니던가? 그래서 우리는 이 경조직을 생명처럼 아껴야 한다.


그런데 실제 임상에 부딪치면 우리의 자세는 돌변한다. 우선 나부터 그렇다. 우식을 보면 대뜸 핸드피스를 들이대고 싶어 안달이고 근질거린다. 단호한 충동으로 이에 다가서며 추호의 망설임도 용납되지 않는다. 하기야 우리의 원조를 따져 올라가면 외과의사나 이발사였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는 아무래도 끈질기고 면면한 피가 흐르고 있나보다.


그리고 질환의 재발을 막는다는 미명 아래 우리에게는 최대침습적 진료가 거의 체질화되어 있다. 너무나 많은 유치들이 pulpo-SS를 당한다. 성인의 경우에도 조금 더 쓰다가 정 안 되면 ‘발치합시다’라고 권했을 치아들이 희생당하는 경우가 늘어난다. 이런 공격적인 자세로 쳐들어가 초전박살내고 다시는 씨를 내리지 못 하도록 해서 질환이 재발되지 않던가? 그리고 환자는 건강을 회복하던가?


이것은 국가가 공익을 위해 사유재산권을 제한하고 국토 일부를 수용하는 소위 공적 수용(expropriation)과 비슷하게, 의료가 국민의 치아 전체를 임의로 수용하고 개인의 건강권에 제한을 가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Limits to medicine’ (한국에는 ‘병원이 병을 만든다’로 출간)이란 저술로 유명한 의료사회학자 Ivan Illich의 생각으로, 그의 말대로라면 치과 의료가 국민에게 시혜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건강에 오히려 유해할 수 있다.


문제는 우리의 진료가 care 중심이 아닌 cure 중심으로 될수록 국민 대중들로부터 괴리되어 그들의 신망과 존경은 멀어진다는 점이다. 국민의 보건의식은 날로 향상되고 선진화되어 가는 데에 반하여, 의료계는 이를 쫓아가지 못 할 뿐 아니라 오히려 더욱 강한 논리와 기술적 진보로 의료중심적, 상업적 발상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그런데도 환자중심적 의료란 기치를 내걸고, 모든 것을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한단다.   


더욱 이상한 것은 우리의 의료제도가 이러한 관행을 굳건히 뒷받침하고 있는 현실이다. Care가 아닌 cure, 그것도 더 공격적일수록, 최대로 침습적일수록 의료가치가 높이 평가되는 현행의 행위별 수가제도가 문제의 핵심이다. 일을 더 크게 벌일수록 높은 부가가치가 발생되는 우리의 제도 말이다. 


2) 치과 의료가 지향할 방향
앞에서 이야기한 inlay가 implant로 되어가는 과정을 가리켜 일본에서는 종말진료라고 부른다. 의사가 aggressive할수록 환자는 더욱 젊은 나이에 치아를 잃게 되고 노령이 되기도 전에 무치악에 근접해 간다. 과연 누구를 위한 진료일까?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미 오래 전에 일본인들이 제창한 8020운동, 즉 80세에 20개의 자연치가 남도록 하자는 슬로건은 여러 측면에서 참 대단한 생각이었고, 우리 치과계에 최근에 등장한 ‘자연치 아끼기 운동"도 좀 늦기는 하였지만 우리의 이런 관행적 사고와 진료철학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참으로 소중한 발상임에 틀림없다.


우리에게는 본연의 사회적 책무인 구강건강 관리자로의 정체성을 회복할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 경조직 질환을 다스리는 외과의사가 아니라 구강 전체를 관리하는 내과의사가 먼저 되어야 한다. 우식에 대해서도 내과적 접근이 우선되어야 하며, 외과적 수단은 최후의 선택이 되어야 한다. 


일방적인 Cure 중심 의료는 의료가치 개념의 전도이며, 의료를 도덕적 위기에 근접시키게 된다. 국민의 의료인식 향상에도 도움이 되지 못 할 뿐 아니라, 국가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의료비를 감당하지 못 해 결국 뒷받침하기를 포기하고 care 중심의료로 급선회하게 됨은 충분히 예측가능한 일이다. 급격한 고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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