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삶- 혜원스님]그 욕을 내가 받지 않는다면

2009.04.09 00:00:00

부처님 경전에 여래께서는 누구와든 더불어 싸움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사랑하고 미워함을 버렸기 때문이며 세간에서 공경하여도 마음으로 잘난 척 하거나 즐거워하지 않으며 세상에서 헐뜯고 업신여겨도 근심하거나 걱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여래는 ‘나’가 없고 ‘내 것’이라는 것이 없으므로 세상과 다툴 일이 없는 것입니다.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모두 이 자리에서 부처를 이루겠지요. 그러나 우리에겐 ‘나다’ ‘내 것이다’ 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런 마음들이 많습니다. 사랑하고 미워하는 에너지가 세상에서 나를 지탱시키는 유일한 힘인 듯이 살아가기도 하고요. 특히 젊은 사람들은 이런 감정들을 다스리기 보다는 오히려 호기롭게 부림으로써 자기의 존재감을 더욱 확실히 가지는 것 같습니다.


스포츠에서든 음악에서든 우리나라 사람들이 세계로 나가서 떨치는 뛰어난 재능과 열정은 같은 나라 사람으로서 자랑스럽기 그지없고 칭찬해마지 않을 것들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뼈를 깎는 노력으로 이룬 일들임에도 불구하고 잘했을 때든 잘못했을 때든 대중으로부터 쏟아지는 이런 저런 말들을 다 들어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거기에다 서로의 라이벌 의식으로 인해 국가끼리의 감정 싸움이 불붙기라도 할라치면 그야말로 총만 들지 않았지 보이지 않는 전쟁의 치열함은 사실을 왜곡시키고 전쟁보다 더한 상처를 주며 국가이기주의로 치닫습니다. 일본과 미국이 야구를 할 때, 미국이 이겨서 일본과 우리나라가 맞붙는 것을 피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에게서 들으면서 ‘아, 사람들은 일본을 미워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이런 마음 자체를 우리 모두 힘들어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또한 이런 비유를 일러주셨습니다. “만약에 당신이 선물을 가지고 왔는데 그 사람이 선물을 받지 않는다면 그 선물은 누구의 것입니까?” 하고 물으셨습니다.  “가지고 온 사람의 것이지요.” 하고 대답하니 “마찬가지로 당신이 나에게 욕하고 소리쳤다 하더라도 그것을 내가 받지 않으면 그 욕은 누구의 것이 되겠습니까? 그것은 바로 욕을 하는 사람의 몫이 되는 것입니다.”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그 욕을 받는 주체도 당신이고 받지 않는 주체도 당신이라는 말입니다.
세상의 아름다운 것은 그냥 아름다운 채로 봐주고, 살면서 느끼는 감동은 감동으로 그냥 느껴주면 좋겠습니다. 거기다 이런 저런 나의 생각을 붙이고 배경을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함으로써 오게 될 본질의 훼손은 진실이 아닐 뿐만 아니라  우리들 심성의 밑바닥에 상처를 내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들 사정을 봐주느라 그렇게 잘 봐달라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서 잘 봐주라는 것입니다. 
“잘 좀 부탁드립니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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