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삶- 혜원스님]세상을 사는 뜻

2009.04.16 00:00:00

내가 겪은 수많은 경험들로 이루어진 그 사람에 대한 어떤 생각이란 것은 정말일까요? 아주 오랫동안 형 아우로 지내온 스님이 어느날 아우스님의 어떤 행동을 못마땅하게 말하는 것을 듣고 놀란 적이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그런 의도로 한 행동이 전혀 아니었는데도 사형스님은 그 스님의 그런 면을 항상 봐왔고 그 스님은 항상 그렇게 행동하였으며 그러므로 그 스님은 그런 사람이다라고 확고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깊은 오류라고 해야 하나요.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사실 여부를 떠나서 내가 생각하는 잣대에 끼워맞추어서 너무나 확고하게 그것이 옳다라고 생각하고 심지어는 남에게 그것이 사실인양 전달하기조차 하는 삶을 말입니다. 빨간 안경을 끼고 본 세상은 다 빨갛다, 그러니 자기 눈의 안경을 벗어야 한다고 누구나 말할 수 있으면서 자신이 그 안경을 끼고 있다고는 꿈에도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너무 옳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어처구니 없는 말과 행동을 자신이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세상은 그냥 봐야 하는 곳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확실한 견해와 분명한 논리만을 가지고 설명하기에는 아주 오묘한 일들이 많은 곳이기 때문입니다. 겉 껍질에만 온통 다 집중해 있으니 그 이면을 바라보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물질적으로 보여지는 부분의 속에 그 물질을 구성하고 있는 진짜 뜻이 있습니다. 근데 그 진짜 뜻을 보지도 않으려 하고 알지도 않으려 하면 그 인생을 진짜로 살 수가 있을까요?


어떤 스님이 배가 몹시 아파서 응급차에 실려서 병원을 갔습니다. 병원에서는 온갖 검사 후 급성맹장염이라고 한시라도 빨리 수술을 하자고 하더랍니다. 근데 그 스님이 저 마취주사를 맞으면 다음에는 못 깨어날 거라는 생각이 들더랍니다. 급성맹장염보다 그 마취주사가 그렇게 크게 느껴지는 건 무슨 일일까요? 어쨌든 그 스님은 그 병원에서 그냥 나왔습니다. 담당의사는 절대로 보내줄 수 없다고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사진을 보여주며 오히려 환자에게 사정을 하더랍니다. 절대로 안된다고요. 그래서 같이 간 보호자 스님들까지 각서를 쓰고 겨우 나왔다고 합니다. 물론 그 이후 복막염으로 몇시간 내로 죽지도 않았고 지금도 생활을 잘 하고 있습니다. 유일한 치료는 소금주머니로 찜질을 한 것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기도의 영험함이나 기적의 치료법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너무나 확고하게 도사리고 있는 세상 모든 것의 겉모습, 그 이면에 숨어있는 진짜 뜻을 모르면 절반짜리 인생밖에 살지를 못한다는 실례를 든 것입니다. 그 의사선생님으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있어서도 안될 일을 이 스님은 자기의 직관에 의지해서 한 것입니다. 그것을 세상에 어떻게 설명해줄 수 있겠습니까마는 내면의 뜻을 알아차린 것이지요. 물론 드문 경우이긴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내면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보이는 대로 내가 생각되어지는 대로 함부로 살아도 되는 세상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렇게 내 내면에 귀를 기울였을 때 세상에서 듣지 못하고 느끼지 못한 진짜 맛을 보면서 살게 됩니다. 사람들이 명상을 하고 종교에 귀의하고 나보다 남을 생각하며 살려고 하는 이유입니다.

 

 

관리자
Copyright @2013 치의신보 Corp. All rights reserved.





주소 서울시 성동구 광나루로 257(송정동) 대한치과의사협회 회관 3층 | 등록번호 : 서울,아52234 | 등록일자 : 2019.03.25 | 발행인 박태근 | 편집인 이석초 | 대표전화 02-2024-9200 FAX 02-468-4653 | 편집국 02-2024-9210 광고관리국 02-2024-9290 Copyright © 치의신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