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삶- 혜원스님] 깊고 간절한 마음의 등(燈)

2009.05.07 00:00:00

깊고 간절한 마음의 등(燈)

혜원 스님
<조계종 한마음선원 주지>

 

 

부처님 오신날이 되기 한 주 전에는 불교계 전 종단을 아우르는 대규모의 봉축행사가 항상 펼쳐집니다. 연등축제에 참가하는 축제의 행렬이 이어지고 대동한마당이 펼쳐지며 온갖 문화체험들을 할 수 있는 장(場)들이 열립니다. 그 향연에 불자들은 길게는 일년 짧게는 몇 달동안 준비한 장엄등과 손수 만든 갖가지 모양의 등을 들고 동참하게 됩니다. 저희 선원에서도 수많은 불자들이 지난 12월부터 꼬박 5개월동안 장엄등 제작에 참여하고 연희단을 구성하여 공연 연습을 하였으며, 공부만 해도 늘 바쁜 학생회 법우들까지 종로에서 펼쳐질 시민들을 위한 포교 한마당을 준비했습니다.


왜 그렇게들 열심히 하는 것일까요? 먹고 살기도 바쁜 세상, 겨우 붙어 있는 직장도 오늘 내일이 불안하다는 요즈음에 무엇을 위해 이 분들은 바쁜 시간을 쪼개서 열심히 절에 나와서 장엄등을 만드느라 밤을 새울까요?


등(燈)이라는 것은 자신을 태워 세상을 밝히는 물건입니다. 자신을 태운다는 것은 자신을 죽여서, 자신을 낮춤으로 그 빛이 세상을 밝게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부처님 재세 당시 가난한 여인 난타의 등만 비바람에도 꺼지지 않았다는 일화는, 등을 켜는 마음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국에 다녀온 어떤 이가 말하기를, 중국에서는 향공양을 올리는 데도 자기 마음속 소원의 정도와 향의 개수가 비례하더라고 하더군요. 즉, 소원하는 것이 많을수록 많은 향을 올린다는 말이겠지요. 가난한 여인 난타는 좋은 기름을 쓰지도 못했고 큰 등을 갖지도 못했지만 꺼지지 않고 홀로 아름답게 빛나 물질 이전의 그 간절한 마음이 중요함을 말해줍니다.


불자들이 등을 만들고 행사를 준비한다는 것은, 보여주기 위해서나 내세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정성스럽게 준비하는 과정을 거치는 동안 자신의 습관이 녹여지고 의식이 제도되며 보다 진화된 정신세계로 이끌어지는 튼튼한 사다리가 되어줌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마음으로 만든 등은 상대의 마음까지도 함께 밝아지게 하는 에너지를 전함으로써 내가 좋아서 한 일이 남까지 좋게 만드는 일로 승화가 됩니다. 그러니 아무리 절에 자주 드나들고 불전을 많이 놓고 큰 등을 단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마음 속 깊은 곳의 정성과 맞닿아 있지 않다면 비바람이 불면 꺼지고마는 한낱 물질의 등에 지나지 않게 됩니다. 


깊고 간절한 마음의 에너지는 닿지 않는 곳이 없다고 은사스님이신 대행큰스님께서는 항상 말씀해주셨습니다. 너무나 다행인 것은, 누구에게든 무한량의 마음의 에너지가 갖추어져 있으니 그것을 꺼내 쓰기만 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그 무한량의 보배 창고는 누구에게나 있으며 그 보배 창고를 여는 열쇠가 바로 마음입니다. 마음공부는 열쇠를 얻기 위한 공부입니다. 등을 밝힌다는 말은 바로 마음을 밝힌다는 말입니다. 내 이 마음을 한번 밝혀보겠다는 간절한 의지로서 이번 초파일은 진실한 마음의 등 하나를 달아보면 어떨까요?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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