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시론 김재성]내 子息은 이렇게 기르고 싶었는데

2009.05.25 00:00:00

월요시론

김 재 성 <본지 집필위원>


내 子息은 이렇게 기르고 싶었는데

 

지금까지 살아 온 나날이 반백년은 넘었고 이 세월을 돌이켜 볼때 마음에 남는 것은 대부분이 자식에 관한 일들이다.
그리고도 앞으로의 일들에 대한 걱정과 바람도 나 보다는 자식들에게 있으니 이런 다정(多情)은 집착이 아닌가 싶다.


많은 서양인들은 성년이 될 때까지 보살피고 교육을 통해서 자신의 삶을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면 부모로서의 역할을 다한 것으로 보는데, 우리의 사고방식은 낳아서 기르고 가르치고 능력이 허락한다면 경제적인 힘까지 보태어 사회로 나가는 첫발도 남보다 더 앞서 나아가게 해주어야만 부모로서 할 일을 다한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어미가 자식을 보살피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종족보존과 유지라는 큰 의미를 말하지 않아도 당연한 것으로 모든 어미는 자식을 돌보지만 그 어느 무리나 개체보다도 자식 사랑에 모든 힘을 다하는 종족을 찾는다면 한국의 부모가 으뜸이다.
이런 자식에 대한 사랑이 지금까지의 효심과 우애로 뭉쳐지는 한국적 가정문화를 이루는 근본은 되었지만 그와 더불어 “자식의 삶이 내 삶이요, 자식의 실패는 내 책임”이라는 지나친 사랑으로 이어져 자식들의 미래를 그르칠 수도 있었으며, 더구나 많은 부모들은 내 아들 딸이 제일이어야 된다는 생각으로, 자식이 최고가 되는 일에 자신의 삶을 포기하면서도 모든 노력을 다하고 더 나아가 해외유학을 보내다 보니 새롭게 유행하는 ‘기러기 아빠’ 또는 펭귄, 독수리 아빠라는 말이 유행하였고 이는 끝없는 부모의 사랑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말이 아닐까?


그렇다고 자신의 삶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자식에 대한 사랑은 적당히 하고 그 힘을 아껴서 자기의 인생을 더욱 알차게 살라는 것은 아니고, ‘자식의 미래는 부모 하기에 달렸다’는 말을 실천이라도 하는 듯 자신의 삶을 온통 자식과 함께 학교로 학원으로 쳇바퀴 돌듯 뒤치다꺼리 하는 식의 지나친 간섭이 자식의 미래를 망치게 하거나 불행하게 만드는 결과로도 나타날 수 있는 경우를 더 염려하는 것이다.


부모님이나 우리의 세대는 자유보다는 빵을 더 원했고, 사람답게 사는 것 보다는 부와 권력과 명예를 탐냈으며, 그런 출세를 위해 삶의 과정 보다는 그 결과에 따라 성공과 보람을 평가를 하는 경향이었지만, 지금의 많은 젊은이들은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일에 얽매이지도 않으면서 나름대로의 가정을 이루어 문화생활을 즐기고, 여가도 적당히 활용하여 여행도 하면서 가족간의 유대와 생활의 질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한 삶이라고 여긴다.


이처럼 사회와 자식들의 가치관은 변하고 있는데 오로지 공부에만 매달려 조금 부족하다 싶으면 이런 저런 학원으로, 개인교습으로 아니면 해외유학으로 내몰아 공부만 잘하면 모든 것이 용서되고 좋은 대학을 보내기 위한 시험기계를 만드는 것이 자식을 위한 일이며 이 사회를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일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지금에 와 생각해 보면  국민학교, 지금의 초등학교에서부터 중학, 고등학교를 거치는 동안의 배움과 실력이라는 것이 교과서외우기를 위주로 한 단답형식의 문제풀이였고 오죽했으면 음악과목의 시험을 위해 노래는 계명과 박자를 숫자로 바꾸어 암송해서 시험을 치르는 암기력이 곧 실력이었던 교육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암기식 교육에서 벗어나 우리의 자식이 무엇을 잘 할 수 있을 가를 깊은 애정과 관심을 갖고 살피면서 가능성을 찾고 소질이 있는 일을 더욱 잘할 수 있도록 보살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지금의 사회에 합당한 자식을 기르는 방법이 아닐런지.


다시 말해 우리는 자식이 귀한 줄만 알지 진정으로 자식이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하고, 공부하는 데는 관심을 두지만 그 외의 일에는 그들과 대화를 하면서도 자식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데는 너무나 인색하였다.


아이들의 생각이 어디에 있고, 무엇을 하고 싶고, 무엇이 되고 싶은지를 들어보는 게 먼저이고, 더불어 진정으로 교육해야 할 것은 우리 자식들이 올바른 사고와 사회의 질서와 예의를 알고 나 아닌 남을 배려 할 줄 알며 훗날 어른이 되어 자기의 삶을 자기 방식대로 스스로 살아가게 하는 능력과 가치관을 기르게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다.


자식들이 다음에 커서 높은 권력을 갖고 부자로 잘 사는 것도 좋겠지만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개척한 길도 그들의 삶에 못잖은 훌륭한 일이므로 뒤에서 지켜보면서 부모로서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과 지혜를 알려주고, 진정으로 어렵고 힘들어 할때 곁들여 줌으로써 자기의 삶을 스스로 책임지게 해야 한다.


부모가 자식의 미래를 책임질 수는 없다. 소나기가 올 때는 우산이나 원두막이 되고, 길을 잃고 헤매일 때 등대로혹은 동반자가 되어 뒤에서 지켜봐주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는 것이 자식들에게는 더 좋은 미래가 보장된다.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 우리의 바람일진데, 가정의 달인 5월에 자녀의 교육 때문에 적지 않는 가정이 무너지고 가족이 해체되는 현실과 스스로 생각해 보아도 노파심과 과보호로 제대로 기르지 못했다는 자책속에 세상을 더 어렵게 배워가야 할 자식들이 안타까워 주저리 주저리 적어보았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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