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시론]왜, 이리 항상 골프가 문제인가/ 박용호

2009.06.01 00:00:00

박 용 호  <본지 집필위원>

왜, 이리 항상 골프가 문제인가

 

일전에 국방부에서 군의관들이 평일 근무시간 중에 골프를 쳤다고 대대적으로 구속을 하고 난리법석을 친 사건이 있었다. 급기야는 형평성이 문제되자 장성을 포함한 모든 장교 및 군무원까지 파급되어 언론에서도 무슨 큰일 일어난 듯 연일 떠들다가 북한이 미사일 발사하면서 흐지부지 되었다. 그 뉴스를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은 참, 아직도 별것을 다 뉴스 감으로 삼는다는 것이었다. 국방부가 그랬든 언론이 그랬든 우선 호칭부터가 군인 보다는 ‘군의관’이라고 함으로써 의사들이 군대에서 또 일을 저질렀다는 선입견을 준 것이다. 일반장교와 똑같은 대우와 월급을 주면서 왜 하필 이럴 때는 별칭을 써야 하는가. 이것은 은연중에 학생 때 자기들보다 공부 잘 했던 의사들에 대한 반감과 시기심과 열등감을 표출한 것에 다름 아니다.


평일 골프라고 하지만 아마도 수요일 전투체력의 날 오전 근무 일찍 끝내고 모처럼 기분을 낸 행사였을 것이다. 그 이외 다른 날 골프를 칠 간 큰 군의관은 없었을 것이다. 필자가 군의관으로 근무하던 25년 전에도 이미 발 빠른 군의관들은 그걸 했는데 지금까지도 위수지역 이탈이니 근무기강 해이 등으로 엮는다면 관행적인 일을 너무 낯 가리고 아옹 하는 격이다. 혹시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를 앞두고 흐트러진 군 기강을 환기시킬 의도로 군의관을 잡았다면 이것도 웃기는 일이다. 그런 거창한 저의가 없더라도 그런 건은 기무사에서 내사해서 조용히 경고조치할 수준이지, 골프가 대중화되고 민주화된 시점에 언론 플레이 할 사안이 못 된다.


장성들도 아플 때는 군의관 앞에서 꺼벅 죽다가 다 나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미운털 박히는게 군의관이다. 옛날 사극영화에서 의관, 어의들에게 예를 다하다가도 임금의 병이 잘못되면 잡아다 족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언론의 보도자세도 문제다. 설령, 그런 보도 자료를 받았을지라도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려야지 무슨 큰 일이라고 뉴스 첫머리 감으로 며칠을 삼는 것은 침소봉대다. 심심하면 의사들이 제약회사들에게 로비를 받아 해외골프를 쳤다고 터트리더니 이제와선 초년병 의사들이 일주일 내내 진료만 하다가 어쩌다 운 좋게 부킹해 재미로 친 골프를 문제 삼는가. 그 사건으로 구속된 군의관 중에는 분명 치과 군의관도 있었을 터인데 협회에서는 이들을 염려, 구제하고자 공문이라도 보냈는지 모르겠다. 의사협회에서는 사건화 초기에 군의관만을 타깃으로 한 보도에 항의하여 전체 장교에게 이 사건이 확산되게 하는데 압박한 것으로 알고 있다.


골프와 관련된 다른 이야기지만 그 사건 얼마 후에는 국방부가 특전사와 남성대 군 골프장이 지방으로 이전되는 것에 반대한다는 소식이 있었는데, 겉으론 안보여건이지만 속사정은 부킹여건이 나빠지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또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멕시코 독감의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골프를 쳤다고 구설수에 올랐었다. 왜 이리 골프가 문제가 되는가. 골프가 아무리 대중화 되었어도 돈과 시간,친구,체력의 네 박자를 갖추어야 할 수 있는 사치운동이기 때문이다. 


의사라면 다 골프 치는 줄 알지만 실상은 그렇치만도 않다. 치과의사 십여 명 모여 점심 먹는 반회 석상에서도 안치는 회원들이 더 많아서 골프화제는 눈치 보이고 조심스럽기 마련이다. 그런데 치과의사라면 무조건 ‘가진 자’로 알고 골프와 관련된 구설수라면 좌파적인 편향된 시각으로 기사를 쓰는 태도가 문제이다. 치과의사라고 맨날 환자 입속만 쳐다보고 살아야하는가? 운동도 하고 푸른 초원도 보고 친구들과 다른 세상 이야기도 해야 한다.


요즘 경제도 안 좋고 환자도 줄어 필자도 지난 삼일절 치과선배와 한번 치고 못 친지 오래되었다. 떳떳이 문 앞에 골프데이라고 써 붙이고 한 달에 한번은 비울 수 있는 분위기와 여유가 생기면 좋겠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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