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선|칼|럼|弔崩御岩 (조붕어암)

2009.06.04 00:00:00

弔崩御岩 (조붕어암)

 

삼가 명복을 빕니다.
2009년 5월 23일은 서글픈 날 이었습니다.
초여름 가랑비가 산야를 적시는 가운데 비보가 전해졌습니다.
가신님의 영혼을 애도하는 눈물 같은 보슬비가 내렸지요.
63세로 생을 마감한 노무현님이 가신 날 이었습니다.


서민정치인으로 일관했던 대통령!
아쉬운 생애를 권위에 연연하지 않고 서민과 함께 정치무대를 만들어 보였던 수승한 평민대통령이셨지요.
참으로 애절하고 아쉽습니다.
지나치게 순박한 탓 이었을까요. 아니면 治世의 술수를 외면한 탓 이었을까요.
역사의 흐름과 정치의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암수가 있음을 짐짓 무시해 버렸기 때문이겠지요.
왜 하필이면 생애의 공과를 공개적으로 평가받아야 될 즈음에 침묵으로 대항하려 하십니까.
大人다운 풍모로 모든 것을 털어버리고 다시는 국정이 변칙적으로 자행되지 않을 방도를 천명하셨어야지요.


숨긴 뜻을 헤아리기 어려워 답답하기만 합니다.
허물은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님의 그 깊은 뜻을 어이 헤아려야 하겠습니까. 이와 같은 불행이 되풀이 되지 않으려면 어이해야 하겠습니까. 남은 우리에게 많은 숙제를 주셨군요. 우선 의식수준을 한층 높여야 하겠지요. 도덕적 양심이 옹골찬 정치인을 선별 할 수 있는 우리의 안목을 밝혀야 하겠지요.


월남의 호지명은 애민의식이 높은 교육자였습니다.
정치적 신뢰와 철학이 분명한 인간미 넘치는 휴먼이스트였지요. 평생을 독신으로 지내며 人民을 위한 일에 몰두했습니다.
유품이라고는 편의복 두벌과 모자 그리고 신발 두 켤레 뿐이었다고 합니다.늘 지니고 다닌 애장품은 다산 정약용이 저술한 목민심서 원본이었다 합니다.


우리에게는 김수환 추기경과 같은 훌륭한 종교지도자는 있지만 호지명과 같은 정치인은 왜 없을까요. 다만 찾지 못할 뿐이고 자세히 살펴보면 주위에 반드시 있을 것입니다.
가신님의 뜻이라면 반드시 찾아질 수 있을 것입니다. “人之將死 其言也善”(인지장사 기언야선)이란 名言이 있습니다. 고인의 넋이 진실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요. 아마도 이와 같은 불행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국민의 의식전향을 촉구하고자 함일 것입니다.


신성한 주검을 가지고 말장난치는 속된 무리들을 경계해야 합니다.
님께서 가장 아꼈던 주위부터 경건해야 합니다. 그리고 간명하게 남기신 유지를 깊이 성찰하고 잘 실천해야겠지요.
古風(고풍) 한 귀로 회한을 전합니다.

 

弔崩御岩(조붕어암)


鳳主飛身崩御岩(봉주비신붕어암)


難測其心尤國運(난측기심우국운)


可燐遺囑短章碣(가린유촉단장갈)


何世何人何狀文(하세하인하장문)


(부엉이 바위에서 몸을 날리니
그 깊은 뜻 헤아리기 어려워라
애석 하도다 짧은글 남기려하니
어느 세월 그 뉘가 무엇이라 적을고)

 

속세의 일들일랑 올올이 해원하시고 편히 잠드소서.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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