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인간으로 태어났다면/ 혜원 스님

2009.06.04 00:00:00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이 세상에 괜히 태어났다, 어쩌다가 잘못 태어났다고 한탄하는 사람을 가끔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개구리 한 마리, 저 날짐승 하나, 풀벌레 하나도 괜히 태어난 게 아닙니다. 태어날 만하니까 태어난 것입니다.


수십억 년 전으로 돌아가서 본다면 인간은 물에서 살다가 겨우 물 밖으로 나왔고 갖은 우여곡절 끝에 돌고 돌아서 지금 인간으로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우리는 생명에 대한 갖가지 교육을 받은 셈입니다. 그 과정의 시련과 고난이 없었더라면 우리가 진화하여 사람이 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찰나찰나 죽고 사는 생사의 고비를 넘겼고 때로는 새나 짐승의 몸으로 쫓고 쫓기는 천차만별의 시련도 겪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사람이 되었는데 그런 반복의 과정을 통해 우리는 생명의 소중함을 알고 차원의 높낮이도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인간의 몸을 받아 나와서 나를 바로 알아야 한다는 것은 계속해서 차원의 승화를 도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과거 미생물에서부터 수없는 나날들을 거치면서 스스로 애쓰고 노력한 끝에 진화하고 또 진화해서 인간이 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니 어찌 잘못 태어났다든가, 원치 않는 인생을 살게 되었다고 하겠습니까? 인간 세상에 등장했으면 왜 사람으로 태어났는지를 아는 게 중요합니다. 그것을 모르고 산다면 그것은 진정한 삶이 아니라 좋은 기회를 놓치는 낭비가 됩니다. 인간으로 태어났으면 그게 다인 줄 알지만 사람이 다시 짐승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게 좌천과 승진이 엇갈리는데 그것은 다 마음 씀씀이에 달려 있습니다.


생명체의 세계는 쉴 사이 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하천세계에서 중천세계로, 혹은 상천세계에서 중천세계로 돌고 돌며 몸을 바꾸어 받게 됩니다. 과거에 수없이 탈바꿈을 하면서 자기로 살았었건만 그것을 모르고 우리는 현실의 나만 나인 줄 압니다. 인간이 짐승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고 짐승이 사람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그렇게 수레바퀴 구르듯 제 차원대로 다 나누어지니까 우리는 꼼짝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무슨 공부를 해서라도 이 굴레바퀴로부터 벗어나 자유자재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천만금을 주고도 바꿀 수 없는 보배를 얻는 게 됩니다. 자기 마음을 밝히는 것이 그 보배를 얻는 길입니다.


마음을 밝힌다는 것은, 자기의 생각과 의식으로 느끼고 판단하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아는 눈을 가진다는 것이며 미망으로 인해 벌어진 수많은 어리석음을 알아차릴 수 있는 지혜로서 산다는 말입니다. 그런 어리석음과 분노 욕망의 마음을 다스려가고 녹여감으로 인해 내가 달라져가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종교라면 그것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든 바른 길을 가는 종교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람으로 태어났다면 적어도 눈앞에 닥친 일에만 급급해서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살 것이 아니라 이생에 귀한 사람의 몸을 받아 태어나서 사람 도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꼭 한 번 생각해 보고 고민해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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