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삶]본래 주어진 권리

2009.06.18 00:00:00

본래 주어진 권리

혜원 스님
<조계종 한마음선원 주지>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라 한 것은 스스로 무한한 능력을 가졌다는 것이고, 자유자재의 능력이 있다는 것, 모든 재료를 다 갖췄고, 여여하고 청정하다는 뜻입니다. 그런데도 모두들 소견을 아주 잘게, 좁게 써서 아웅다웅하며 살고 있으니  참으로 딱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짐승들은 보이는 데서 서로 잡아먹지만 사람들은 보이지 않게 서로 정신을 잡아먹고 있습니다. 그 싸움은 너무나 치열하고 비참해서 차라리 모르는 게 낫다 싶을 정도입니다. 각자 마음을 너그럽고 자비롭게 쓰며 살아도 먹을 것, 입을 것이 따라오게 되어 있는데 그렇게까지 치열하게 싸우다니 참으로 비통한 일입니다. 한 생을 길다고 하면 길겠지만 짧디짧은 생을 괴로움 속에서 보내서야 어디 산다고 하겠습니까?


세상에 인간으로 태어나서 참으로 슬픔도 많고 외로움도 많고 고독함도 많고 허망한 일도 많은데 그것이 다 어디서 오는지를 모른다면 얼마나 딱한 일이겠습니까? 내게 닥치는 일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오는지도 모르고 가는 것조차 모른다면 어디 인간이라고 자부할 수 있겠습니까? 나 하나 건질 수 없다면 사람이라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중생이 사는 모습을 보면 온통 전쟁판입니다. 물질계뿐 아니라 정신계에서도 모두 서로 자기 것이다, 내가 했다 하면서 뺏고 빼앗기는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한결같이 밖으로 집착하기 때문입니다. 욕심이 과한 탓입니다. 그런데 이왕 욕심을 부릴 바에는 우주 전체를 집어삼킬 욕심을 부리는 게 어떻겠습니까? 무너져 없어질 것 말고 영원히 내 것이 될 수 있는 것에 욕심을 부리는 게 어떻겠습니까? 소위 만물의 영장으로 태어나서 우물 안 개구리처럼 하찮은 욕심 속에서 괴롭게 지내야 하다니 너무 허망하지 않습니까?


사람들은 저마다 이익을 바라고 복 받기를 희망합니다. 그래서 이익이 있는 곳엔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리고 손해가 날 듯 싶으면 썰물처럼 달아납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탐하는 이익이란 눈앞의 욕심을 채우려는 것에 불과합니다. 말하자면 참된 이익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누가 이익을 좇지 말라고 한 것은 아닙니다. 돈도 벌어야 하고 승진도 해야 하고 사랑도 해야 하고……, 그런 것을 하지 말라거나 해서는 안 된다고 하지 않습니다. 다만 집착하지 말라고 할 뿐입니다.


  왜냐? 그런 이익은 진정한 이익이 아니며 그 이익의 뒤편에는 그보다 더 큰 고(苦)가 숨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생사 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지는 게 가장 큰 불이익일 것입니다. 우리에겐 자유자재의 권리가 있습니다. 어느 것을 선택하든 그건 자유입니다. 그러니 본래 받아 가지고 나온 권리를 행사해야 합니다. 부처님도 사람이었고 사람이 부처가 되는 것이니까 여러분도 주어진 권리를 찾아서 부처가 되어 보라는 것이 불교가 말하는 그것입니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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