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삶 / 누구나 다 부처로 태어났다는데…

2009.08.13 00:00:00

종|교|칼|럼| 삶


혜원 스님
<조계종 한마음선원 주지>


누구나 다 부처로 태어났다는데…

 

우리들은 누구나 다 부처로 태어났고, 부처 될 자격을 갖고 태어났기 때문에 부처로 되돌아가야 하고 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아무리 그렇게 말해도 우리에게 세상살이는 여전히 힘겨운 두려움으로 다가옴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런 마음에 휘말려서 살지 않으려면 먼저 자기가 부처임을 굳게 믿어야 합니다. 믿는 마음이 강해야 합니다. 고향이 어디인 줄 알고, 갈 마음이 있다면 길은 이미 밝혀져 있으니 나서기만 하면 누구나 도달하게 되어 있습니다. 심지어는 미물까지도, 저 바위와 같은 무정물까지도 마침내는 부처를 이룰 것이라고 부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하물며 인간임에야. 그러니 마음공부는 어려워서 나 같은 사람은 아예 못하겠다거나 해서는 안 됩니다. 또 남들은 잘되는 것 같은데 나는 늦는다, 시원치 않다 하는 염려도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믿음입니다. 내 근본은 본래 부처이고, 결국은 나 자신이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부처 자리에 이를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합니다. 믿음이란 바로 이런 것입니다. 그런 믿음이 있으면 언젠가는 나도 부처가 됩니다. 믿음이야말로 모든 공덕의 씨앗입니다. 그리고 그런 믿음이 있으면 세상살이에 대한 두려움도 점차 없어지게 됩니다. 믿음이 대리석처럼 단단하다면 본래로 성불되어 있고 결국은 성불할 ‘나’이니까 불안에 떨 까닭은 무엇이겠으며 공포, 조바심을 낼 까닭은 무엇이겠습니까? 믿음이 강하면 마음은 평안할 것이며 닥쳐온 고통, 내게 쏟아지는 시련 따위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마음이 태산같이 의연하고 명경지수같이 맑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부처 자리에 이르기 전이라도 충만한 보람과 행복을 맛볼 수 있게 됩니다.


내 속에 부처가 될 씨앗이 있다는 강한 믿음 하나를 내 손에 딱 쥐고 나갈 때 나를 알게 되는 계기가 오고, 삶이 고가 아니라는 사실도 깨닫게 됩니다. 내 속의 부처를 ‘한마음 주인공’이라 해도 좋고 ‘그 놈!’ 해도 좋고 ‘영원한 친구야!’ 해도 좋습니다. 한마음 주인공은 부처님도 되고 법신도 되고 약사도 됩니다. 물에 가면 용왕이고, 들에 가면 지신이고, 땅속이면 지장도 됩니다. 내 마음먹기에 따라서, 환경에 따라서 얼마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높게 볼 것도 낮게 볼 것도 없습니다. 그냥 떼려야 뗄 수 없는 영원한 친구로 생각하고 진심으로 믿으면 됩니다. 


  믿는다는 것은 무엇을 성취하려고 믿는 게 아닙니다. 몸 아픈 것을 나을 양으로 믿는 것도 믿음이 아니요, 업보를 면하고자,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재난을 피하고자 믿는 것도 진짜 믿음은 아닙니다. 내가 세상에 태어났으니 그냥 그대로 자기의 근본을 믿는 것입니다. 이 몸뚱이는 부처님 심부름을 하는 시자로서 자기 근본인 부처의 성품 자체를 믿는 것입니다. 거울처럼 맑은 본연의 그 자리에는 두려움이, 노여움이, 괴로움이 본래로 붙을 수가 없다는 것을 믿는 것입니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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