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가장 중요한 것도 내려놓는 마음

2009.09.10 00:00:00

종|교|칼|럼|


혜원 스님
<조계종 한마음선원 주지>

 

가장 중요한 것도 내려놓는 마음

 

어떤 이가 아는 사람을 절에 데리고 온 적이 있었답니다. 그 사람은 처음 절에 나오는 사람이었고 아는 사람을 통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전해 들으면서 느낌이 좋았나 봅니다. 그 후로도 여러 번 같이 절에 오가다가 불교에 대한 이해가 좀더 깊어지게 되었던 어느 날 절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그 분이 자기도 부처님 전에 보시를 하고 싶다고 하더랍니다.  쉽게 말하자면 절에 기부금을 좀 내고 싶다는 말씀이지요. 그래서 데리고 온 그 분이 “좋을 대로 하시지요. 법당 부처님 전에 올리시면 됩니다.” 라고 가르쳐 드렸답니다.  좀 있으니까 법당에 올라갔던 그 분이 내려와서는 하는 말이 “ 거기에는 아무도 없던데요.” 라고 하며 보시금을 그냥 들고 내려왔더랍니다.


부처님 전에 올리는 공양이라는 것이 더불어 사는 모두를 위해 내주는 마음이며 정성이라는 것을 아직은 잘 느끼지 못하셨을 수도 있을 겁니다. 또 이런 점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현대 생활에 있어서 돈이란 너무나 귀중한 것이라서 어딘가에 자기라는 것을 밝히지 않고 선뜻 내놓기가 쉽지 않은 물건이라는 거지요. 나의 피와 땀의 결정체를 내놓으면서 ‘알아서 좋은 데 써주십시오, 내 손을 떠났으면 그뿐입니다.’라고 생각하기가 어떻게 쉽겠습니까. 그래서 이 귀중한 돈을 갖다 주려고 하는데 ‘아이구, 이렇게나 주시니 감사합니다.’라고 알아주는 사람도 하나 없고 나로서는 큰 맘 먹고 올리는 거금인데 그걸 받아주는 사람도 없으니 그냥 내려왔다는 그 분 마음도 이해가 갑니다.


불전함을 열어보면 가끔 이름도 없이 주소도 없이 거금을 그냥 넣고 가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쉽지 않은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올리는 자기 사정을 조금이라도 알아줬으면 싶고 내가 했다는 것을  조금이라도 알리고 싶은 것이 당연한 일일 것인데,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들의 마음은 ‘부처님 전에 올려서 많은 사람들에게 이익이 돌아갈 수 있으니 감사할 뿐입니다.’ 하는 마음이 아닐런지요.


실질적으로 내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는 ‘절에다 그렇게 정성을 올리고 했는데도 별로 내 형편이 달라진 것도 없고 복을 받은 것도 없고 여전히 내게는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 되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과연 그런지 안 그런지는 아마 심안의 눈을 뜬 사람들이나 알아볼 수 있겠지요. 심안의 눈을 뜬다는 것은 보이는 물질세계의 일로만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운용하는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의 이치를 두루 느끼고 지혜로 알 수 있는 눈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 눈으로 본다면 자신의 가장 가치로운 땀과 노력의 결정체를 아무 바라는 것 없이 내려놓을 수 있는 그 마음이 세세생생에 사람들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그래서 나와 더불어 남도 좋아질 수 있는 인연과 공덕으로 이어지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으리라 봅니다. 그런 것마저도 생각지 않는 마음이겠지만 말입니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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