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삶 윤회하는 마음, 전설의 고향

2009.09.17 00:00:00

종|교|칼|럼| 삶


혜원 스님
<조계종 한마음선원 주지>

 

윤회하는 마음, 전설의 고향


텔레비전에서 방영하는 프로 중에서 예전에는 꽤 인기가 많았던 ‘전설의 고향’이라는 프로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국 각지에서 채집했을 전설들의 내용을 보면, 가난하고 힘겨운 형편에 있는 사람이나 부자라도 약자의 입장이 있는 사람들이 억울한 죽임을 당하고 그에 대해 원한을 갖고 원귀가 되어 복수를 거듭해가는 내용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누구를 용서했다든가 은혜를 갚았다는 이야기는 적은 것 같습니다.


거듭되는 복수와 앙갚음의 결말은 당연히 관련된 사람의 대부분을 불행하게 만드는 걸로 끝이 납니다. 원한에 사무친 마음이라는 것은 그렇게 힘든 것이지요. 내가 받은 그 고통을 죽어서 귀신이 되어서라도 되갚으려는 인간의 마음은 참 요상한 것입니다. 좋은 인연으로 만나면 더없이 선하고 좋은 일로서 이어지게 만드는 것도 인간의 마음이고 악마와 같은 증오와 괴로움으로 몸부림치게 만드는 것 또한 인간의 마음입니다.


우리는 그 중간쯤의 자리에서 내 이익이나 감정에 따라 이리로도 치우쳤다 저리로도 치우쳤다 올망갈망하며 살고 있는 것이지요. 완전히 선한 쪽의 사람이 되기엔 손해 보는 일이 너무 많은 것 같고 그렇다고 악한 사람이 되기엔 그래도 내 양심이 허락질 않습니다. 그래서 어떤 때는 다른 사람이 가진 희생과 봉사의 마음에 나는 왜 그렇게 할 수 없는가 하는 자책감도 가지고 어떤 때는 손해를 보지 않고 영악하게 살아남은 것이 자못 흐뭇하기도 합니다.


모든 일에는 각자의 형편이라든가 사정이 있기 마련이니 이것만이 옳다고 말할 일은 세상에 없을 것입니다만 마구 분노하는 감정이 들끓었을 때 또는 어떤 사람을 극심하게 원망하고 증오하는 일이 생겼을 때 그 마음을 한 번만이라도 내려놓으려고 애써본다면, 분명히 좋은 일이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그 사람을 위해서 참는다든가 내 양심을 걸고 억지로 용서해주는 것이 아니라 순전히 나를 위해서, 나를 이익 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 사람이 분명 나를 화나게 하는 짓을 저질렀다고는 하지만 그 화를 내는 것은 나에게 좋지 않은 일로 반드시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에게 앙갚음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속으로 생각해보십시오. ‘과거 언젠가는 내가 저 사람에게 그렇게 화낼 일을 했었는가 보다. 그 때 저 사람 마음에서 나를 용서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 마음이 그대로 살아서 지금 이런 일로 나에게 닥쳐온 것이겠지. 그렇다면 이번에는 내가 그 마음을 내려놓자. 그래서 우리 둘 사이에 벌어졌던 일들이 공(空)해서 아무것도 없는 것이 되면 더 이상 갚고 되갚는 일은 없지 않겠는가.’ 나의 마음이 전설의 고향이 되어서 계속해서 윤회하지 않으려면 언젠가 누군가는 그 사슬을 끊어줘야 더 이상 물고 물리는 관계로 이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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