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호 월요 시론]국가 구강검진 블루오션인가, 계륵(鷄肋)인가?

2009.12.07 00:00:00

월요 시론

박용호 <본지 집필위원>


국가 구강검진 블루오션인가, 계륵(鷄肋)인가?


일요일 오후(10.25) 자존심이 좀 상하지만 마침 특별한 일이 없어 구강검진 교육을 한다는 중구 의회 강당으로 나갔다. 주로 삼사십 대 회원이 대다수여서 오십 이상만 되면 소외감을 느끼고  ‘내가 나올 자리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몇몇 육십 대 이상의 회원 분들을 뵈면 경외감도 든다.
사실, 구강검진은 중요하긴 하지만 치과의사 입장에선 따분하고 지리한 과정이다. 수입에 도움 되는 것도 아니며 비슷한 말을 반복해야 하는 것이다. 검진을 하더라도 바로 진료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 요즘 환자들은 불신 풍조인지 똑똑해서인지 치료는 다른 의사에게 가서 받는다. 그러나 의사로서 검진 온 환자를 내보낼 수 없어 의무감과 도리상 하는 것이 구강검진이다.


그날, 1교시 보건복지가족부의 담당관이 국가 건강검진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큰 틀에서 설명한 것은 의미가 있었다. 과거에는 서민들이 피검사만 하라고 해도 무슨 큰 병인가 걱정도 되고 우선 비용 때문에 못하던 것에 비하면 이제는 국가 비용으로 웬만한 검사는 다 되는 시절이니 금석지감이다. 그야말로 어느 정도는 복지국가가 되었다.


2교시의 예방치학 교수의 강연도 다 아는 내용이지만 치과의사간에 헷갈리기 쉬운 내용을 정리해주는 효과가 있었다. 우식증, 치주병, 부정교합을 판단하지 못할 의사는 없겠지만 요즘 과잉진료와 조기치료가 사회문제가 되는 경우도 많은 이때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짚어주는 좋은 강연이었다. 진단 시 배제해야(rule out)할 항목이 많고 문진표 답변도 일일이 해석해 주려면 시간이 상당히 필요할 것이다. 국가적 구강검진은 세계적 유래가 없다는데 잘만 되면 통계처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영유아 검사의 설문내용과 검사항목도 다양하고 진지해서 정말 시간만 들인다면 보호자가 아주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사단(事端)은 3교시에 있었다. 그런 컴퓨터 청구 프로그램이 있는지조차 생소하고 관심이 없는 청중들에게 일방적으로 “쉽지요? 알겠지요, 간단하지요?”만 반복한는 건강보험공단의 강사는 너무 무신경해 보였다. 환자의 인적사항뿐 아니라 여러 설문사항을 입력해야만 되는 복잡다단한 과정에 청중들은 짜증난 표정이 역력했고 조는 회원들도 많았다. “수기로 좀 간단하게 신청할 수 있는 방법도 연구해보라”는 질문을 하고자 하였는데 질문도 안받고 의문사항은 나중에 개인적으로 하라는 데에는 어이가 없었다.


앉아서 수시로 탁상공론하며 자판 두드리는 것이 일상화된 사무직에게는 그것이 간단할지 몰라도 몸을 써야하고 움직여야 하는 진료현장의 치과의사들에겐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젊은 치의들은 환자를 많이 보느라 여유가 없고, 중장년층은 시간여유가 있어도 다음 환자를 대비해 우선 차 한 잔도 하고 저널이라도 보고 쉬어야 하는 것이지 컴퓨터 정신노동을 할 여력이 부족하기 쉽다. 또한 출생률도 하락해서 올해 필자의 경우만 해도 영유아 검진으로 찾아 온 환자는 단 한사람이었고 성인 검진도 두세 명에 불과했던 기억이다. 검사만 해주고 청구는 모르기도 하고 귀찮아서 생략했다. 전체 수검율이 11.8%라는 낮은 수치는, 실제로는 참여한 국민이나 의사가 이보다 높을텐데 청구절차가 번거로와 청구를 하지 않은 것을 뜻한다.


사실 국가건강검진은 국가가 들이는 그 노력과 비용에 비해서 외면 받고 있는 현실이다. 국민들 사이에 ‘형식적인 대충검사’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여유 층은 자비를 들여 종합병원 정밀검사를 선호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구강검진은 죽을 병이 아니라는 잘못된 인식(사실 사망할 수도 있다)과 초기에는 증상이 없으므로 “계륵”이 되기 쉽다. 국민의 편의를 위해 지정받은 전국의 치과로 확대한 것은 잘한 일이지만 청구가 어려워 원장들이 지정받기를 원치 않는다면 이 또한 치과의사 입장에서도 ‘계륵’이 된다. 청구가 쉽도록 도와주자면 방법은 많을 것이다. 현재의 보험 EDI청구에 연계하는 것이 이상적이고 아니면 협회나 보건소 주관으로 해도 가능할 것이다. 무료틀니나 실란트처럼 보건소에 FAX로 신청해도 되지 않는가. 또한 흉부촬영같이 이제는 일반화된 악안면 파노라마 촬영을 기본적으로 넣어 진단의 질을 높이고, 제대로 진단하고 설명해주자면 30분 정도가 필요하므로 검진료의 대폭인상이 필요하다. 설렁탕 한 그릇 비용으로 국민과 치과의사에게 생색내려 해서는 안된다


복지부 담당관의 말처럼 구강검진이 “아~검진”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치과의사가 쓸데없는 잡무에서 벗어나서 검진 그 자체에만 신경 쓸 수 있도록 도와줄 일이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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