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진료비용 고지 의무화 유감

2010.02.22 00:00:00

월요 시론/이무건 <본지 집필위원>


비급여 진료비용 고지 의무화 유감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비용 고지 의무화를 담은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이 2010년 2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애초 복지부가 만든 시행령에 따르면 의료기관 개설자는 비급여 대상의 항목과 그 가격을 적은 수가표를 식당의 메뉴판처럼 만들어 환자들이 쉽게 볼 수 있는 장소에 비치토록 했다. 여기에 더해 인터넷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병원급 의료기관에서는 비급여 진료비용을 홈페이지 초기화면에 공지해야 하며 진료기록부 사본, 진단서 등 제증명수수료 비용도 접수창구 등 환자들이 쉽게 볼 수 있는 장소에 게시하게 했다. 만일 개정안에 명시된 의무사항을 위반할 경우에는 시정명령과 함께 벌금 300만원 및 영업정지 15일의 행정처분을 받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 제도의 시행을 며칠 앞둔 1월 하순경, 의료인들의 강력한 반발과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의·의결에 따라 복지부에서는 이 시행령 중 상당 부분을 개선했다. 그 개선안은 비급여 진료비용을 고지할 때 매체를 책자 등으로 다양화시켰으며, 인터넷 초기화면에 가격을 공지하지 않아도 되게 했다. 비급여 대상의 항목과 가격을 기재한 책자의 경우 환자가 원할 경우에만 공개하는 방안도 허용키로 했으며, 3개월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5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기로 결정했다는 것 등이다.
원래 개정된 의료법의 입법 취지는 각 병원마다 진단서 및 제증명서의 수수료가 다름으로 인해 발생한 민원해결과 환자들의 알 권리를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출발하였다. 개정 의료법의 제45조 제1항에서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비급여 진료비용을 환자 또는 환자의 보호자가 쉽게 알 수 있도록 고지해야 한다”고 새삼스레 규정하고 있지만, 이런 사항은 이미 의료법 개정 이전부터서도 충실히 이행되어져 오던 것이었다. 그동안 각급 의료기관에서는 환자에 대한 치료방법의 선택 및 동의과정에서 당연히 진료비에 대한 고지가 선행되었다. 다만 그 방법이 대개 구두로 이루어졌을 뿐이다. 환자 또는 보호자에게 진료비에 대한 고지 없이 어떻게 시술이 진행될 수 있었겠는가?


그러나 복지부에서는 이 법의 ‘고지’라는 용어를 왜곡해 각 의료기관의 전면적인 수가공개 및 홈페이지 공지 등으로 확대 해석했다. 각급 의료기관의 비보험 수가를 통제하고 진료비의 인하를 유도하려는 잘못된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의료행위는 시술자의 능력, 사용된 재료비, 처치의 내용 등 의료서비스의 내용이 천차만별인 까닭에 진료비를 단순 비교한다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더욱이 공개된 진료비 이상을 징수치 못하도록 강제한 조항은 마치 의료행위를 상품인 양 비하시켜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경시하는 풍조를 야기시킬 수 있으며, 의료행위 과정 중 발생하는 예기치 못한 비용의 추가 청구에 대한 제약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만약 복지부가 지금까지 내놓은 시행안을 우리 개원가에 그대로 적용시킨다면 인터넷 상에 의료비의 가격비교 사이트가 등장하게 되고, 환자유치를 위한 의료기관 간의 과당경쟁을 초래해 현행법상 위법 행위인 환자의 유인·알선으로까지 이어지게 될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사태는 필연적으로 의료기관 간의 가격 경쟁과 덤핑화를 초래해 의료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리게 되리란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앞으로 3개월 남짓, 4월 말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남지 않았다. 우리 모두 환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면서도 상기한 부작용들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지혜와 슬기를 모아야 한다.
복지부에서도 우리 개원의들이 제기한 여러 우려 사항들을 충분히 검토하고 의사회, 치과의사회, 한의사회 등 각 의료단체들과 마음을 열고 대화하여 조만간 현실에 맞는 재수정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병원 간판에 수가표와 가격 할인 플래카드가 나붙고, 인터넷 광고에 진료비가 번쩍번쩍 홍보되고, 진료비 가격비교 사이트가 검색순위 상위에 랭크되는 등 볼썽사납고 우스꽝스러운 일이 제발 의료계에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고 바란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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