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 월요시론] 강추 ‘인간극장’

2010.07.19 00:00:00

월요시론
 김  신 <본지 집필위원>


강추 ‘인간극장’


한가한 휴일날 별 생각없이 소파에 누워 멍청히 TV 리모컨을 운전하다가는 안사람으로부터 질타를 받기 십상이다. 그러나 꽉 조인 주중의 긴장에서 벗어나 휴일 오전만이라도 백수의 게으름을 한껏 즐겨보는 것은 영혼의 안식과 정신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나는 기꺼이 줄을 선다. 그 장소가 숲속이거나 바다나 강이 보이는 시원한 장소라면 더욱 좋겠으나, 내 영혼의 안식처인 가정이 빈둥거리기에는 최적의 장소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흔히들 TV를 많이 보면 이성을 마비시킨다 하여 바보상자라는 말을 쓴다. 그러나 우연히 한번 보고 내가 요즈음 거의 마니아 수준으로 빠져든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인간극장’이다.


대개의 다큐멘타리물들은 세계오지 여행이나 동물들을 대상으로 하거나 첨단과학이나 의료의 현장을 그려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 프로는 평범한 인간을 깊이 그리고 밀도있게 다루고 있다는 특색을 가진다. 그런 대상들만 찾아내어 밀착취재를 하고 또 그런 각도에서만 편집을 해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여기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진다. 그것은 정말 사회의 아무데서나 마주칠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삶은 비범하기 짝이 없다는 점이다. 인생을 진지하게 살아가는 치열한 삶의 향기가 진한 감동을 준다. 그들은 역경을 역경으로 생각하지 않고 그것을 삶의 한 부분으로 수용하고 오히려 즐기는 듯하다. 정말 감동이요 존경스럽기 그지 없다.


이들은 사회경제적 수준과 학력이 최고가 아닌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행복하고 화목한 삶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든다. 신분상승과 부의 획득을 통해서만 행복을 성취할 수 있다는 만인의 본능적 신념과 의지가 부질없음을 느끼게 된다. 많은 이들이 한번쯤은 꿔보았을 전원생활의 꿈을 이들은 용감하게도 현실로 옮긴다. 어떤 이는 가족과 가재도구를 중고 버스에 모두 담아 싣고 전국을 떠돌며 유랑생활을 하는데, 그 가족의 얼굴에서는 힘들고 어려운 표정을 찾을 수가 없다. 장애를 가진 가족을 품에 안고 살면서도 그들의 표정에는 순진무구한 행복이 묻어난다. 그들의 용기와 지혜에 대해 진심어린 박수를 보내게 된다. 이들의 삶으로부터 느끼게 되는 것은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의 삶 속에 가장 선명한 진실과 비범함이 녹아 있다는 사실이다. 평범 속에 가장 높은 경지의 비범함이 자리잡고 있고, 최고의 비범함은 평범 속에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국가별 행복지수는 나라의 경제수준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오히려 최고수준의 경제를 누리는 나라일수록 자살률이 늘어난다. 가령 국민소득이 그리 높지 않은 회교권이나 불교국가 국민들의 얼굴 속에는 늘 선한 미소가 뿜어 나오며, 그곳을 한번 여행한 사람은 이 사람들의 매력에 빠져 일생 중 꼭 다시 찾게 된다는 말이 있다.


우리 치과의사들은 일상적으로 세상의 범인들과 진료실에서 마주치게 된다. 직업상 우리는 이들의 불편한 점을 없애주는 것으로 본분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서기 위해서는 직업적 본분 이상의 무엇이 필요한데, 그것은 아마 인간에 대한 보다 폭넓은 이해라고 생각된다. 환자들은 의료인의 이러한 자세를 본능적으로 파악하는 경향이 강하며, 어찌 보면 우리가 직업적인 관계를 떠나 인간적으로 다가서 주기를 더 바란다.


그래서 나는 동료 치과의사들에게 인간극장을 강추한다. 평일 오전 8시부터 방영되며 1주 5회분으로 한 주인공이 등장한다. 우리의 직업상 이 시간에 매일 시청하기는 곤란하므로 인터넷을 통하여 일주일 치를 한꺼번에 보는 방법이 진한 감동에 접하는 길이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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