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순희 월요시론] 롤러코스터

2010.09.13 00:00:00

월요시론
신순희 <본지 집필위원>

롤러코스터


꽤 성공적인 케이블 TV 채널로 평가받는 tvN에 ‘롤러코스터’라는 인기 프로그램이 있다. 그 중에서 “이런 우라질레이션, 오 마이 갓~” 등의 유행어를 낳은 남녀탐구생활이라는 코너는 생활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남녀 간의 차이를 세밀하게 관찰해 코믹하게 풀어내는 솜씨가 제법이다. 그 외에도 남자가 뿔났다, 헐~, 루저전 등 인기 코너들이 많은데 나는 이 프로그램의 제목이 왜 롤러코스터일까 생각해 본적이 있다. 재미있으니까? 아니면 놀이동산 같은 다양한 즐거움을 표현하기 위해서? 나름대로 다양한 추측을 해보았지만 최종 결론은 그것이 인생의 다른 표현이라는 것이다. 두근거리도록 겁나지만 끌리고, 무섭지만 도전해보고 싶은 것, 때로 오르막이 때론 내리막이 있는 롤러코스터는 우리네 인생과 닮은꼴 동의어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최근 뉴스들을 보면 유난히도 의혹이나 진실공방이 많다. 그리고 그 끝에, 언제나 오르막만 있을 것처럼 잘나가던 사람들의 롤러코스터같은 인생 급강하가 뒤따르곤 한다.


39년만의 40대 총리로 지명되어 일약 차기 대권주자로 급부상하는 듯싶던 김태호 전 경남지사는 인사청문회에서의 거짓말 의혹 등으로 낙마했고, 젊어서 외무고시에 합격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외교관 경력을 쌓은 후 이명박 정부의 초대 외무장관으로 발탁되어 지난 8.8 개각에서도 유임되었던 유명환 장관은 딸의 외교부 특채 의혹 끝에 사임했다.


어디 정치권뿐일까. 타블로의 학력 의혹은 결국 검찰까지 갔고 어느 원로가수는 아들의 옛 연인과 낙태를 강요했네 안했네로 진실공방 중이다. 그리고 나의 영웅 오은선 대장도 14좌 완등에 대한 국제적인 의혹에 휘말려있다. 사방시류가 의혹투성이다.


진실공방의 끝에는 진실이 있겠고 우리는 모두 그 진실이 궁금하다. 과연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건지 마치 탁구게임을 관전하듯 가능한 공정한 자세를 견지하고 진실이 드러나기를 기다린다.


그런데 문득, 우리는 단지 진실이 궁금한 것뿐일까, 롤러코스터처럼 높이 높이 올라만 가던 누군가의 인생이 곤두박질치듯 내리꽂는 모습을 보며 혹시 열등감을 위로받고 희열마저 느꼈던 건 아닐까, 쳇바퀴같은 내 인생에 그제야 안심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때로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고 사촌의 땅값이 폭락해야 배가 낫는 게 인간이기도 하다. 그렇게 우리는 연약하고 부족한 존재들이다. 그러니 더더욱 국민의 알권리라는 이름으로 누군가에게 진실을 요구한다면, 타블로에게 학력에 관한 진실을 요구하건 오은선에게 칸첸중가의 진실을 요구하건, 그로 인해 당사자가 부당하게 겪을 수도 있는 곤두박질에 대한 안타까운 시선도 함께 품어야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저 그 자리에 딱 맞는 사람을 뽑았을 뿐인데 알고 보니 장관 딸이더라.”같은 강아지가 웃을만한 변명이야 예외겠지만 말이다.


서른이 넘으면서 더 이상 세상이 선명한 흑백으로 갈라져 있지 않음을 알았고 결혼을 하고는 둘 다 진실을 말 하면서도 상반된 이야기를 할 수 있음도 알았다. 인생이라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건 뉴스 속의 그들만이 아니다. 경사의 차이가 있을 뿐 우리 모두 오르막과 내리막을 거치며 종착역을 향해간다. 결국 뿌린 대로 거두는 인생을 감당해내는 건 오로지 자신만의 몫일뿐이다.


돌아오는 주말, 추석연휴에 나는 히말라야를 걷고 있을 것이다. 오은선 대장을 보며 히말라야를 꿈꿨지만 그의 급강하를 보면서 인생을 배운다. 정상의 경치를 충분히 즐겼다면 이제 맞게 될 내리막도 즐길 수 있는 게 산행이니 그가 인생의 열다섯 번째 봉우리를 무사히 넘기를, 세계 최고봉들의 산중턱 어디쯤을 느릿느릿 걸으며 기도해 볼 생각이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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