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 월요시론] Deciduous Sealant?

2010.09.20 00:00:00

월요시론

김 신 <본지 집필위원>

Deciduous Sealant?


 이것은 유치에 가해진 실런트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 ‘deciduous tooth’는 매우 익숙한 단어이지만, 이 글에서는 유치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고 그 단어의 뜻을 곱씹어보려 한다.


사전적으로 deciduous는 ‘매년 잎이 떨어지는’, ‘낙엽성의’, ‘한시적인 운명의’ 등의 뜻을 가진다. 사실 이것은 의학 용어가 아닌 일반 형용사이고, 오히려 생물학 분야에서 활엽수(deciduous tree)를 지칭하여, 상록수(evergreen) 또는 침엽수(coniferous)에 대척되는 용어로 더 흔히 사용된다.
유치에 대하여 이 deciduous라는 단어를 적용한 유래에 대해서는 알 수 없으나, 일정기간의 역할을 다 하고 나면 사라져 버리는 그 태생적인 특성을 낙엽에 비유한 것으로 생각된다. 유치가 일생 전반에 비하면 매우 단기간 동안 있다가 사라지는 덧없는 운명이기는 하지만, 그 짧은 기간 동안이나마 매우 짭짤한 기능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가 주지하는 사실이다.


이 글에서 필자가 정작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유치와 비슷한 일생을 걷는 실런트의 운명에 관한 것이다. 실런트 고유의 가치는 우식위험도가 높은 꼭 필요한 시기에 한시적으로 필요한 장소에 위치됨으로써 우식이 호발할 부위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도록 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그 존재가치가 소멸되어도 무방하도록 만들어 놓은 개념이다.


이것이 설치되는 장소가 소와열구이기 때문에 깊숙한 침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재료의 흐름성이 좋아야 하는데, 이것은 내구성을 뒷받침하는 기계적인 강도와는 반대의 개념이다. 강도를 포기하고 흐름성을 더 중시했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이 재료를 사용한 시술이 영구적인 수복을 지향하거나 의미하지 않았음을 분명히 시사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최근에 급여화된 실런트 시술의 service period를 2년으로 한정짓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 기인한다.


그러나 실런트 시술의 이러한 태생적인 한계와 정체성에 대하여 혼돈하는 경우가 자주 보이는 것이 조금의 우려를 가지게 만든다. 우선 이것을 시술하는 술자가 이 정체성에 대해 분명한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겠고, 또한 이 인식을 시술받는 환자 측에 확실하게 전달해 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요즈음 여러 인터넷 게시판에 떠오르는 실런트를 둘러싼 의문과 갈등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한시적인 역할을 기대한다고 해서 결코 적당한 방법으로 낮은 기술집약도를 가지고 임해도 된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최고의 기술집약적인 시술방법으로 시술을 하였더라도 이에 비례하여 평생의 수명을 기대하거나 수복적인 개념을 가질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태생적인 한계를 망각하고 다른 의미를 여기에 부여하기에는 이 재료에 허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문제는 실런트의 올바른 적응증에 관한 것이다. 치면 열구에 기계적 성형을 가하지 않고 세척 만으로 실런트를 적용할 수 있는 증례가 과연 어느 정도가 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이율배반적이지만 기계적 성형이 실런트의 내구성과 유지력을 배가시키는데, 현행 제도에서는 이러한 조정이 필요한 증례들을 배제시켜 놓았기 때문에, 정작 실런트의 살아남는 적응증은 그리 많지 않으리라는 추측이 가능해 지고, 따라서 실런트 급여로 조성해 놓은 예산 조차 다 채우지 못 하리라는 우려 섞인 예상에 점점 힘이 주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제도적인 허술함에도 불구하고 이와 무관하게 우리가 분명히 해야 할 개념은 실런트는 어떻게 보아도 인레이나 아말감 등의 수복물과는 달리, deciduous한 태생적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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