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순희 월요시론] 슈퍼스타 K, 방가? 방가!

2010.11.01 00:00:00

월요시론  신순희 <본지 집필위원>

슈퍼스타 K, 방가? 방가!


134만 명의 참가자, 지상파를 압도하는 18%의 시청률 등 지난 3개월간 감동의 실화 드라마를 써가며 연일 엄청난 화제를 몰고 다녔던 케이블 방송 엠넷의 ‘슈퍼스타 K2"가 허각이라는 청년을 우승자로 남기고 막을 내렸다. 중학교를 중퇴하고 낮에는 환풍기 수리기사, 밤에는 행사가수로 살아온 스물다섯의 허각씨는 어릴 때 어머니와 헤어진 후 쌍둥이 형과 함께 홀아버지를 모시고 살아온 순탄치 않은 삶의 이력을 지니고 있다. 최후의 경쟁자였던 존박이 미국 시카고 출신으로 잘생기고 훤칠한 키에  노스웨스턴대 경제학과 재학 중의 재원이었던 것에 비교되어 더욱 초라해지는 프로필인데, 그렇기에 더더욱 그의 우승은 영웅의 탄생, 진정한 슈퍼스타의 등극 등으로 수많은 시청자들의 열광적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사실 나는 슈퍼스타 K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단지 치과의 치위생사 선생들이 열광적으로 좋아해 점심시간이면 늘 그 얘기를 듣곤 했었다. 더불어 내가 아는 주위의 모든 20대들도 한결같이 그 프로그램에 열광했다. 평균 시청률이 14%대였다지만 내가 느끼기에 20대에서의 시청률은 50%를 넘는 듯 보였다. 88만원 세대로 지칭되는 꿈을 박탈당한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실력만으로 바닥에서 스타의 자리까지 치고 올라가는 출연자들의 모습은,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의 9회말 역전 우승같은 카타르시스를 안겨준 모양이다.


현실이 고단할수록 매달릴 건 꿈밖에 없지 않을까. 꿈을 이루는 프로그램에의 열광적 관심이, 꿈을 잃은 젊은이들의 깊은 좌절감을 반영하는 것만 같아 왠지 불편하다.


여기, 우리시대 젊은이들의 불편한 현실을 다룬 영화 ‘방가? 방가!’가 있다. 수백 번의 취업 낙방 끝에 결국 부탄 출신 외국인 노동자 행세를 하며 백수 탈출에 성공한 한 젊은이의 취업 고군분투기를 코믹하게 그린 이 영화는, 어떤 면에선 외국인 노동자보다도 못한 88만원 세대의 슬픈 현실을 다루며 의외의 흥행몰이를 하고 있단다. 스타 배우도 스타 감독도 없이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가 100만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 낸 것 또한 슈퍼스타 K의 성공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외교부나 국회에 취직자리를 만들어 줄 능력 있는 아버지를 갖지 못한, 이 나라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고민이 깊다.


자하라의 가게에 어느 나라가 투자해야 할지, 로베르토의 일자리는 어느 나라가 만들어야 할지 고민하기 위해 모인다는 G20 정상회의가 그 답을 줄 수 있을까. 글쎄다. 재무장관들이 경주에 모여 환율분쟁에 대해 “Market oriented”에서 “Market determined"으로 진전된 합의를 본 것이 대단한 성공이며 한국의 리더십이 세계 속에 빛난 업적이라는 자화자찬을 보면, 애시당초 그쪽에는 큰 기대를 안 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지 않을까. 차라리 외국인 노동자 행세를 하거나 134만대 1의 경쟁률에 도전하는 게 더 낫다고 이 시대가 말하는 듯싶다.


온갖 역경을 딛고 슈퍼스타로 등극한 허각씨의 멋진 도전과 성공이 놀랍다. 온 마음을 다해 축하하고 멋진 가수가 되기를 바란다. 다만, 공개적인 실력인증 프로그램인 슈퍼스타 K의 1기 우승자였던 서인국씨가 연예계에서 성공했다는 후문을 듣지 못했고, 이번에 결승에서 패한 존박씨는 벌써부터 광고모델에 발탁되었다는 소식만 들리니 실력보다 외모, 인맥, 배경 등이 중시되는 연예계에서 그가 감당할 앞날이 우려될 뿐이다.


그래도 포기는 하지 말자. 그는 이미 슈퍼스타이고 시대의 아이콘이니, 그를 통해 꿈을 꾸는 많은 사람들의 희망을 위임받은 셈이다. 적어도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라는 실낱같은 믿음이 사라지지 않도록 그의 어깨에 G20정상회의보다 무거운 과제가 달렸다. 슈퍼스타 K가 우리 사회에 정말 방가방가한 존재가 되기를, 바래본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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